[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55] 슬픈 방문객들
먹으면 오줌발이 세져 요강을 엎는다고 해서 붙은 식물 이름이 복분자(覆盆子)다. 코믹한 이 이름이 사람 머리에 얹힐 경우 슬퍼진다. 복분지원(覆盆之冤)의 사례다. 사발 뒤집어 쓴 사람의 캄캄한 시야를 원통함과 연결했다.
눈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답답함으로 ‘가려진 진실’ ‘하소연할 데 없는 억울함’을 가리킨 말이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풀리지 않는 민원(民怨)이라는 얘기다. 이럴 때 사람들은 제 원한을 권력자에게 직접 전달코자 길을 나선다. 월소(越訴)라는 옛말이 있다. 하급 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상급 기관에 민원 내용을 전달하는 행위다. 위로 민원을 전달해 최고 권력자인 천자가 직접 듣게 한다는 상달천청(上達天聽)의 백성들 염원이 담긴 말이다.
그 맥락에서 나온 현대 중국어가 상방(上訪)이다. 부정부패 공무원 등에게 당한 억울함을 그 위의 행정기관에 하소연하고자 길을 나서는 행위다. 그들을 대개는 방민(訪民)으로 적는다. 현대 중국은 신방국(信訪局)을 설치해 이들의 고충을 듣고자 한다.
서신과 이메일, 팩스, 전화 등 통신 방문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만든 정부 공식 기구다. 신문고(申聞鼓)나 등문고(登聞鼓) 등 민원을 경청하고자 만든 옛 장치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 신방국 또한 민간의 접근이 결코 쉽지 않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황제’가 있는 수도 베이징(北京)을 직접 찾아간다. 그러나 베이징 신방국을 찾은 이들은 주변에 포진한 고향의 공안들에게 붙잡혀 강제로 귀향당하거나, 그들이 만든 불법 감옥(黑監獄)에 갇혀 시달릴 때가 많다.
상방에 실패한 이들 일부는 빈민가에 몰려 비참하게 살아간다. 그를 다큐로 찍은 ‘상방’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영화다. 그들은 대낮에도 사발을 뒤집어쓴 채 어둠에 갇혀 살아가는 슬픈 나그네들이다. 그들의 눈물과 중국의 ‘강대국 꿈’은 과연 어울리는 그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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