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66] “제 어머니는 해녀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존중과 사랑은 집합적인 특징을 지닌다.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고 양육하는 역할이 개인에게만 국한된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의 아이 재롱에도 미소가 지어지고, 힘겨운 엄마를 보면 거들고 싶은 게 그야 말로 인지상정이다. 어머니라는 단어가 ‘무언가의 근원’이라는 비유로 흔히 사용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양종훈 작가는 제주 사람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는 제주 태생이다. 육지에서 교육받고 일을 했으니 제주도 어머니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었을 게다. 교육자이자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세계를 다니며 열정적으로 일해오던 그가 최근 몇 년 동안 본격적으로 제주 해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가 기회 닿을 때마다 해녀들을 찍은 지 벌써 20년이 넘었고, 제주 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지도 올해로 7년째다.
이제는 친구나 딸 같은 해녀 삼춘들도 있으련만, 양종훈의 사진 속 해녀들은 그 자체로 제주의 생명이며 어머니다. 그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서 제주 해녀는 힘겹게 아이들 뒷바라지를 해도 자랑스럽지 않은 존재였다고 한다. 카메라를 든 사진가로서 고향을 찾는 그는 존중받지 못하던 노동과 사랑받지 못하던 헌신에 대한 복권을 꾀한다. 해녀를 통해서 보여줄 수 있는 차별적 문화의 정수를 추구하는 것이다.
해녀가 물질하는 사진은 많이 봤어도 말 타는 사진은 처음 보았다. 그래,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 했다. 삼다도의 주인공이 말에 올라타니 제주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광경이 되었다. 해녀의 짧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고 그녀가 기대어 끌어안은 말의 짧은 갈기도 흔들린다.
고삐를 푼 손, 함께 감은 눈, 흩어지는 구름처럼 멈출 수 없는 순간이 사진 속에 들었다. 한순간도 평온할 수 없는 것이 그들이 살아가는 물결이며 또한 우리의 현실이지만, 이 순간만은 온전히 평화롭고 안전하다. 제주의 아들이 찍은 사진답고, 제주다운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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