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미국과 ‘오픈스카이’ 협정… 中-러 의존 벗고 경제활로 찾기
코로나-우크라戰으로 타격 심각
몽골, 美와 관계강화로 ‘생존전략’
美, 광물자원 확보-中러 견제 효과
美 해리스 부통령과 손잡은 몽골 총리 미국을 방문한 루브산남스라인 오윤에르데네 몽골 총리(왼쪽)가 2일 백악관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양국은 민간 직항 노선을 여는 오픈스카이 조약을 맺었다. 희토류가 풍부하게 매장된 몽골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디리스킹(위험 제거)에 중요한 국가다. 워싱턴=AP 뉴시스 |
두 나라는 첨단산업의 필수 소재이며 최근 미중이 대립하고 있는 희토류에 대한 협력 또한 강화하기로 했다. 몽골은 세계 10대 자원 부국이지만 자본과 인프라 부족으로 충분히 빛을 보지 못했다. 미국으로서도 1일부터 중국이 갈륨,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선 상황에서 몽골의 광물자원을 직접 공수할 길이 열린다면 ‘천군만마’를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
몽골은 칭키즈칸의 후예로 한때 천하를 호령했지만 현재 물류를 비롯한 경제 전반을 중-러에 크게 의존하면서 쥐여사는 신세가 됐다. 그런 몽골이 생존을 위해 미국과 손을 잡고 있다.
● 美 유학파 총리, 영어로 모두발언
오윤에르데네 총리와 휴가 중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대신한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내년에 양국 직항편을 개설하는 오픈스카이 협정에 합의했다.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 석사학위를 딴 ‘미국통’ 오윤에르데네 총리는 영어 모두발언을 통해 “몽골의 민주화 과정에 미국은 파트너 그 이상의 마치 북극성과 같은 존재였다”면서 “이번 협정으로 양국의 우정과 전략적 파트너십의 새 장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오픈스카이는 국가 간 항공편을 개설할 때 양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신고만 하면 취항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이다. 미국은 현재 세계 130여 개국과 이 협정을 맺었다.
바다가 없는 설움을 톡톡히 겪는 몽골에 미국과의 직항편 개설은 반가운 일이다. 오윤에르데네 총리는 “몽골은 물류에 있어 큰 어려움을 직면하고 있는 내륙국”이라며 “우리는 국제무대에서 이런 문제들과 관련해 미국의 지지를 원한다”고 밝혔다. 중-러가 툭하면 몽골 국경 철로에서 통관을 시켜주지 않는 바람에 물류대란을 겪고 있는 처지를 토로한 것이다.
● 경제난에 中-러 대신 美와 손잡아
전통적인 친중, 친러 국가였던 몽골이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경제난’ 때문이다. KOTRA에 따르면 몽골은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16%를 보유하고 있는 자원 부국이다. 그러나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033달러(약 654만 원)에 불과할 정도로 좀처럼 경제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내륙국의 특성상 자원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중-러에 둘러싸여 수송로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러가 각종 핑계로 막으면 물류 운송이 멈춰서다 보니 자원 및 인프라 개발을 위한 해외 자본 유치도 쉽지 않고 정치도 친중, 친러로 갈려 불안정했다. 결과적으로 공산품 수입의 각각 35%, 30%를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팬데믹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중-러 모두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자 몽골까지 덩달아 영향을 받았다. 특히 중국의 ‘제로 코로나’ 여파로 몽골은 당시 식료품과 연료 등의 공급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 나라에만 기대다간 민생 경제가 파탄 날 수 있다는 절박함이 몽골을 미국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몽골에서 근무했던 재계 관계자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적용되는 나라가 바로 몽골”이라며 “중-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국에 가까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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