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함께 뛰고 캐치볼부터 해보세요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 / 우리 아이 마음 상담소] 건강과 운동
운동은 아이들 건강과 행복을 위한 핵심 요소다. 하지만 현대 한국 사회에선 아이들의 신체 활동이 학업 압박과 대학 입시 경쟁에 밀려 도외시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1~17세 청소년 중 WHO 권장 운동량을 채우지 못한 비율이 94.2%에 달했다. 전 세계 146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WHO는 5~17세 어린이와 청소년이 매일 6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하라고 권장한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은 달리기와 자전거 타기, 수영, 축구 등 심장이 평소보다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지는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운동은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게 가꾸는 데 기여한다. 운동을 활발하게 하면 아이들 심폐 기능이 강화되고, 골밀도가 높아져 뼈 건강에 좋다. ‘행복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세로토닌과 ‘천연 진통제’로 통하는 엔도르핀 등 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도 촉진한다. 이런 물질은 뇌에서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행복한 감정을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운동하고 난 뒤 상쾌하고 후련한 기분을 느끼는 이유다. 꾸준한 운동은 아이들의 우울증이나 불안,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항우울제만큼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운동은 뇌 발달도 촉진한다. 땀 흘리며 운동하면 운동량에 비례해 ‘뇌의 영양제’라고 하는 뇌신경 성장 인자(BDNF)가 만들어진다. 뇌신경 성장 인자는 신경세포 생성을 촉진하고 신경망 연결을 강화해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운동은 인지 발달은 물론 학교 성적 향상과 학습 능력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사춘기 이전부터 꾸준히 운동하는 아이들은 그러지 않은 아이들보다 뛰어난 실행 기능과 인지 조절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청소년기에는 언어와 수리, 추론 능력에서도 더 높은 성과를 보였다.
과거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가 있는 여학생에게 운동을 권한 적이 있다. 심한 ADHD로 학업과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겪던 아이는 치료를 받으면서 스스로 ‘철인 3종(수영·사이클·마라톤 등 3종목을 휴식 없이 연이어 실시하는 경기)’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아이는 넘치는 에너지를 운동으로 한껏 발산하고 나서 차분하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훈련에 몰입하는 경험과 성취감은 자존감을 회복하게 해줬다. 경기 전 결과에 대한 긴장과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됐다. 철인 3종 선수로 성장한 아이는 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따기도 했다.
운동이 필요한 건 알지만 어떻게 아이에게 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부모가 많을 것이다. 이들을 위해 간단한 단계별 실천 사항을 소개한다. 우선, 아이에게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다. 운동이 튼튼한 몸은 물론 건강한 마음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임을 차근차근 설명해줘야 한다.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뒤 도전할 운동을 아이와 함께 찾아보자. 자전거 타기, 스케이트, 수영, 축구 등 어떤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활동을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스스로 하고 싶은 운동을 고르는 과정 자체가 아이에게 새로운 재미이자 동기 부여가 된다.
아이가 운동을 부담스러워할 경우,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신체 활동을 부모가 함께 시작하는 방법이 있다. 공원에서 함께 뛰어놀거나 공을 주고받는 캐치볼을 할 수 있다. 부모가 일상생활에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부모가 먼저 실천할 경우 아이는 부모를 본보기 삼게 되고, 운동에 대한 마음의 장벽이 낮아진다. 운동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도록 상대적으로 작은 목표부터 시작해 꾸준한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운동하면서 느낀 성취감은 일상생활뿐 아니라 성인이 된 이후의 삶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문덕수 제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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