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201] ‘상추 값’인가 ‘상춧값’인가

양해원 글지기 대표 2023. 8. 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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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라 그런지 주말 저녁 고깃집이 한산하다. 오붓해서 다들 흡족한데 한 가지 서운하다. 싸 먹을 채소가 없지 않은가. 혹시 상추 없나요? 네. 값이 너무 올라서. 깻잎도요? 네. 그래, 이런 기사가 있었지. ‘삼겹살에 상추 싸 먹어야 할 판… 상춧값 3배 폭등에 결국 가격 역전.’ 따라붙은 제목은 이랬다. ‘집중호우·폭염 여파… 상추 등 채소값 폭등세.’ 상춧값과 채소값, 헷갈린다. 사이시옷을 뭐는 붙이고, 뭐는 안 붙이고.

어느 쪽이 옳은지 따지려면 사이시옷 들어가는 조건을 살펴야 한다. 해당 내용을 추려보자. <순우리말이나,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 뒷말 첫소리가 된소리로 날 때.> 결국 ‘상추+값’ ‘채소+값’을 합성어로 보느냐 마느냐에 달렸는데.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값’을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가격, 대금, 비용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풀이한다. 보기로 든 말은 기름값, 물값, 물건값. 이거로는 부족해서 음식이나 물건 이름에 ‘값’이 붙어 합성어로 사전에 오른 말을 보니 ‘금값, 담뱃값, 떡값, 물값, 밥값, 술값, 쌀값, 약값, 옷값, 책값’ 따위가 있다. 상추나 채소는 여기 들지 않았으니 속 편히 ‘상추 값’ ‘채소 값’으로 쓸 수는 있겠지. 다만, 합성어를 대체 무슨 기준으로 인정하느냐는 혼란이 남는다.

그렇다고 ‘값’ 붙은 말을 폭넓게 합성어로 보면 사이시옷을 거추장스럽게 붙여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 ‘값’은 대체로 된소리가 나기 때문. ‘배춧값, 시금칫값, 열뭇값, 자동찻값, 휘발윳값, 돼짓값, 우윳값, 종잇값, 식자잿값, 의잣값, 음룟값, 청소깃값’ 따위로 써야 한다는 얘기인데, 영 껄끄럽지 않은가.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고깃집에서 맥줏집으로 자리 옮기다 보니 ‘집’도 골치일세. ‘국숫집, 대폿집, 소줏집, 요릿집’은 사전에 있으니 그렇다 치고. ‘김치찌갯집, 생선구잇집, 과잣집, 청괏집’으로 쓰면 되는 것인가, 아닌가. 어쭙잖은 번뇌가 밤처럼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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