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난장] 1인 가구를 위한 우리시대의 제스처
혈연 관계로 대처 역부족, 국가 차원 제도적 지원을
김요아킴 시인·부산 경원고 교사
집에 들어오면 무심결에 TV나 라디오를 켜는 습관 때문에 가족들로부터 종종 핀잔을 듣는다. 아무도 보고 들을 사람이 없는데도 심지어 나조차도 그러한데, 해서 이런 반복되는 행위를 스스로 고치려 노력을 해보지만, 어느새 몸은 벌써 리모컨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아마 대학시절부터 결혼 전까지 고향을 떠나 혼자 살게 되면서부터 생겨난 버릇이 아닌가 싶다. 집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리다 문득 들어서는 혼자만의 텅 빈 공간, 애써 어둠을 밝히려 형광등 스위치를 누를 때 엄습하는 적막이 그때는 무척 싫었었다. 그래서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사람들의 말소리로나마 이를 달래려 했던 나만의 방식에서 그런 행동이 비롯되지 않았나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객지로 떠나기 전 할아버지를 모시고 사신 장남인 아버지의 첫째 아들로 태어나 늘 우리 집은 사람들로 북적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함께 살던 삼촌과 고모들이 결혼해 분가를 했지만, 공교롭게도 집 반경 1㎞ 내에 대부분 모여 살았기에 일요일 어른들이 성당에 모두 가시는 날이면 사촌 형제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몰려와 무학산 자락에 자리한 그 집은 그야말로 어린 시절의 해방구가 돼주었다. 그랬기에 혼자라는 것에 대한 낯섦이 남들보다도 더 반사적으로 크게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최근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인구는 급격한 감소추세로 접어들었지만, 전체 가구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작년 행정안전부가 밝힌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주민등록세대는 2347만2895가구로 그중 1인 가구는 946만1695세대를 차지해 세대 유형 중 40%가 넘는 수치로 집계되었다. 이는 결국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수의 증가를 견인하는 주요 요인이 된 셈이다. 부산도 1인 가구 비율이 전국 대도시 중 네 번째로 높다. 게다가 흔히 말하는 ‘독거노인’의 비중은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편이다. 흔히 1인 가구라 함은 1명이 단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생활단위를 말하는데, 우리 사회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고령층은 불가피하게, 20~30대 젊은 세대들은 본인의 선택으로 1인 가구가 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즉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실제 수명이 늘고 배우자와의 사별로 인해 자녀와 따로 사는 노인이 많아지고, 젊은이들은 끊임없는 경쟁과 속도를 강요하는 경제체제 속에 결혼과 출산을 비효율적인 가치로 인식하며 생존의 패러다임 속에 홀로 갇혀버린 경우가 많아지게 된 것이다. 이는 인류가 호모사피엔스로 진화하는 동인(動因)이 되었던 공동체 사회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낯선 상황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생겨나는 사회적 문제들은 더 심각하다. 가계소득, 건강과 안전 등 이런 외적 요인뿐만 아니라 심리적 요인으로 가장 크게 확장되는 부분이 바로 ‘외로움’이라는 고립의 감정일 것이다. 1인 가구 세대들이 일상에서 서로 소통하고 마음을 공유할 직접적 대상이 없다는 것은 곧 불안과 우울 등을 야기하며 이는 급격한 행복지수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독이 개인 수준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하루 15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다는 발표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따라서 영국은 이러한 외로움을 공공보건의 중요한 의제로 다루며 2018년 1월 이 문제를 담당할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임명하면서 이에 대한 국가적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웃 일본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고독사의 증가를 우려하면서 고독·고립 장관을 임명하고 대책실을 출범시켰다고 한다. 이제 외로움은 단순히 개인의 정서적 감정을 넘어 사회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우리도 앞으로 누구나 1인 가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증가에 따른 사회변화 속도도 다른 어떤 나라에 비해 빠르고 또 피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이기에 우선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결국 외로움의 극복은 사람과의 단절에서 탈피하는 데서 출발한다 할 때, 예전 우리 세대들이 경험했던 혈연적 개념인 가족과의 유대관계로는 지금의 현실을 타파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이를 대체할 다양한 유무형의 사회적 소통관계와 새로운 네트워킹을 생성하고, 이러한 인프라를 국가차원에서 전폭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할 시점이다.
20세기 인류가 치유할 수 없는 병 중 하나가 ‘고독’이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그리고 그 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병은 사회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직접 부딪치고 만나는 진정한 관계 속에서 그 치료의 열쇠를 조금씩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생각해 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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