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혁신위 이벤트 명암

강춘진 기자 2023. 8. 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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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주요 정당이 선거에 참패하거나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 비상기구를 꾸리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개혁 이미지가 선명한 유력 인사를 끌여 들어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당 체질을 '혁명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대국민 약속도 했다.

민주당은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 등으로 위기에 빠진 당 면모를 일신하겠다며 혁신위를 띄웠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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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주요 정당이 선거에 참패하거나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 비상기구를 꾸리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개혁 이미지가 선명한 유력 인사를 끌여 들어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당 체질을 ‘혁명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대국민 약속도 했다.


비대위를 통해 거듭난 정당도 있었다. 적대적인 상대 진영의 좋은 정책도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개혁 실천 의지를 선명하게 드러내 이어지는 굵직한 선거에서 성과를 냈다. 반면 이미지 변화에 실패하고 당내 불협화음 등으로 무늬만 비대위에 그친 정당은 “비상체제를 왜 꾸렸느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만큼 위험 부담도 있다는 게다.

2010년대 들어 정치판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 관계없이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던 대표적인 인물은 김종인이다. 그는 현재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계열의 거대 양당 모두에서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여야를 넘나들며 비대위 간판으로 나서 승리를 이끌어낸 선거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쇄신을 통해 당내 갈등을 해소하거나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명분으로 ‘혁신위원회’라는 이름의 비상기구가 등장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국민의힘은 2024년 총선 승리를 목표로 공천 개혁 등을 위한 혁신위를 발족시켰다. 하지만 당시 이준석 대표와 윤 대통령 측근(윤핵관)과의 알력, 공천제도 변경에 따른 이해 당사자들의 정치적 반발 등이 맞물려 제대로 힘 한 번 못 쓰고 말았다.

민주당은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 등으로 위기에 빠진 당 면모를 일신하겠다며 혁신위를 띄웠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혁신위가 의욕적으로 내세운 ‘불체포 특권 포기’는 당 내 의원 반발로 무산된 데다 엉뚱하게도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를 제안했다가 계파 갈등만 일으켰다. 간판으로 내세웠던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잇따른 설화도 문제가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급기야 ‘미래가 짧은 분’은 투표권 축소가 필요하다는 식의 노인 폄하성 발언으로 혁신위 해체론에 스스로 불을 지폈다. 김 위원장은 “청년 정치 참여를 독려했을 뿐이다”는 등 변명성 해명으로 일관하다 여론에 밀려 3일 직접 사과했다. 일각의 사퇴 요구에 대해선 “혁신의 의지는 그대로”라는 말로 일축했다. 당을 혁신할 힘이 남아 있는지 두고볼 일이지만, 이번 민주당 혁신위 이벤트는 성과 없이 막바지로 치닫는 느낌이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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