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민 반대 막혀… 세종시 폐기물 처리장 하세월

김석모 기자 2023. 8. 4.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역내 유일한 소각장 포화, 年 100억 들여 타지역에 위탁 처리

세종시가 넘쳐나는 생활 쓰레기를 자체 처리할 수 있는 폐기물 처리 시설을 2030년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기피 시설로 여겨 폐기물 처리 시설 건립을 반대해온 주민 여론에 밀려 당초 계획보다 완공 시점이 6년이나 늦어졌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세종시는 폐기물 처리 시설에다 체육시설, 공원, 전망대와 같은 편익시설까지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며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주민은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폐기물 처리시설 예정지 - 세종시가 폐기물 처리 시설(가칭 친환경 종합타운) 건설 예정지로 결정한 전동면 송성리 639번지 일원. 세종시는 현재 콘크리트 공장 부지인 이곳을 2030년까지 3000억원을 들여 폐기물 처리 시설과 주민 편익 시설이 합쳐진 복합 문 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신현종 기자

3일 세종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폐기물 처리 시설(가칭 ‘친환경 종합타운’) 입지를 전동면 송성리 639번지 등 10개 필지(총 면적 6만3461㎡)로 고시했다. 이곳에 2030년까지 3000억원을 들여 친환경 종합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생활폐기물을 하루 400t까지 소각하는 시설과 음식물 쓰레기 80t을 처리하는 설비를 짓는다. 주민을 위한 공원, 체육시설 등도 갖출 예정이다. 세종시는 곧 토지 보상을 추진하고 기본계획 수립, 환경 영향평가 등을 거쳐 2027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2030년부터는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돼 안정적인 폐기물 처리를 위해서는 자체 소각장 건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최첨단 기술을 도입한 폐기물 처리 시설을 만들겠다”고 했다.

세종시가 친환경 종합타운 건설을 본격 추진하는 것은 시내 폐기물 처리 능력이 포화 상태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종에서 발생한 소각 대상 폐기물은 하루 평균 173.8t이다. 하지만 세종시에는 2009년 충남 연기군 시절 지은 소각장(하루 최대 소각용량 45t) 한 곳뿐이다. 소각장 처리 능력의 4배에 달하는 폐기물이 매일 발생하는 셈이다. 이처럼 넘쳐나는 쓰레기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세종시는 매년 100억원을 들여 타 지역 민간업체에 처리를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향숙 세종시 친환경종합타운팀장은 “세종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계속 다른 지역에 떠넘길 수는 없다”고 했다.

세종시 인구는 2009년 7만9000명에서 현재 38만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맞춰 세종시는 당초 2024년까지 친환경 종합타운을 건설하려 했다. 하지만 입지 선정 과정에서 일부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반발해 사업 추진이 계속 지연돼 왔다.

환경단체 등은 그동안 경찰 고발, 감사원 감사 청구 등을 통해 폐기물 처리 시설 조성에 제동을 걸었다. 이들은 작년 3월 “폐기물 처리 시설 후보지 신청을 위해 필요한 300m 이내 거주 세대의 80% 이상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시가 부당 개입했다”며 세종시 공무원 등을 주민등록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또 지난 2월 “폐기물 처리 시설 입지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경찰 고발 건은 무혐의로 결정 났고, 감사원 공익감사 건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됐다.

주민들의 거센 반대는 세종시가 “단순 폐기물 처리 시설이 아니라 충남 아산시 환경과학공원과 경기 하남시 유니온파크처럼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고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점차 누그러졌다. 아산 환경과학공원은 폐기물 처리 시설과 함께 150m 높이 전망대, 생태곤충원, 장영실과학관 등을 갖추면서 연간 25만명이 찾는 아산의 명소가 됐다. 소각 시설에서 발생한 폐열은 인근 공장 등에 판매해 연간 29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남 유니온파크는 물놀이장, 전망대, 체육관 등을 갖춰 주말에 가족 단위 방문객이 몰리는 휴식처로 자리 잡았다.

세종시 관계자는 “더럽고 비위생적인 폐기물 처리 시설로 생각하던 주민들이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진 첨단 시설들을 둘러본 후 긍정적 입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일부 주민들로 구성된 세종시 북부권 쓰레기 소각장 반대 대책위원회가 지난달 19일 세종시를 상대로 “친환경 종합타운 결정·고시를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세종시는 주민들과 계속 협의하면서 친환경 종합타운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중 주민, 반대대책위 관계자, 시의원, 전문가,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주민지원추진단을 만들어 친환경 종합타운 조성을 둘러싼 입장 차를 좁힌다는 방침이다. 이향숙 친환경종합타운팀장은 “총 사업비 중 300억원을 주민 편익 시설 조성에 쓸 계획”이라며 “주민들이 원하는 시설을 만들고 소득 증대 사업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