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늦춘’ 도요타의 반전

정한국 기자 2023. 8. 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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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인기’로 판매량 급증… 2분기 영업익 1조엔, 주가 최고치

지난 1일 도요타자동차가 올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1조엔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혼다 등 자동차 기업은 물론 소니나 소프트뱅크 등 일본 기업을 모두 통틀어 분기 1조엔 영업이익은 처음이다. 2분기 영업이익이 1조1209억엔(약 11조1770억원)으로, 작년 2분기 대비 94%나 늘었다. 전망치를 크게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주가도 지난 2일(종가 기준) 주당 2502엔까지 올라, 지난 2021년 주식 분할을 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실상 역대 최고치다. 여기에 판매량도 상반기 약 541만대로 상반기 기준 4년 연속 자동차 업계 1위를 기록했다. 규모나 내실 측면에서 모두 역대급 성적이다.

도요타는 최근 2~3년에 걸친 세계적인 전기차 전환 추세 속에서도 수소차와 하이브리드를 더 강조한 탓에 ‘전기차 열등생’으로 불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글로벌 1위 기업의 저력을 보인 것이다.

가장 큰 비결 중 하나가 친환경 자동차 바람 속 ‘원조’ 기술을 가진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성장세다. 도요타는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충전이 필요 없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만 약 160만대를 팔았다. 전체 판매량 중 약 30%에 이른다. 작년 상반기보다 판매량이 21% 늘었고,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증가율이 69%에 달한다.

도요타는 이 기간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활발하게 일어나는데 하이브리드와 수소차만 고집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작년 도요타의 전기차 판매량은 약 2만4500대로, 테슬라(약 131만대)와 폴크스바겐(약 57만대), 현대차그룹(약 37만대) 등 경쟁자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은 각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드는 반면 전기차는 여전히 내연기관 차보다 차 가격이 크게 비싸고, 충전까지 불편한 탓에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기 시작했다. 반면, 전기차보다는 저렴하고 충전 불편이 적은 하이브리드에 대해선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요타는 북미와 유럽 등에서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또 1달러당 140엔, 100엔당 900원 안팎까지 떨어진 기록적 엔저(円低) 현상으로 일본 경제가 호조를 보이는 것도 실적에 도움이 됐다. 도요타 일본 판매량이 올 상반기 약 121만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27% 늘어난 것이다. 도요타는 또 수출 비중이 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엔 하락할 때 영업이익이 450억엔 안팎 늘어나는 효과를 누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런 상승세가 오래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결국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전기차 실력인데, 도요타는 여전히 후발 주자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도요타의 3대 핵심 시장인 중국도 고민거리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면서 전기차 전환이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가 최근 전기차 출시·판매에 적극 나서는 만큼 이 분야 경쟁력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리느냐가 도요타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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