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없었지만 악착같이 싸웠다
기적은 없었다. 하지만 후회도 남기지 않았다.
콜린 벨(62)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세계 17위)은 3일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독일(2위)과 벌인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H조 최종 3차전에서 1대1로 비겼다. 앞서 콜롬비아(25위·0대2), 모로코(72위·0대1)에 내리 패한 한국은 이날 5골 차 이상으로 독일을 잡아야 16강 진출을 바라 볼 수 있었지만, 결국 1무2패(승점 1) 조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은 전반 6분 조소현(35·토트넘)이 전방 침투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넣었다. 이전까지 한국은 4번 월드컵에서 12경기를 치르는 동안 매번 선제 실점했는데, 이날 첫 선제골을 기록했다. 이른 시간 골로 희망을 키웠으나 전반 42분 독일 알렉산드라 포프(32·볼프스부르크)에게 헤더 동점골을 내줬다. 평균 172cm 장신 팀 독일은 줄기차게 헤더로 한국을 괴롭혔고 후반 날카로운 슈팅도 여럿 날렸다. 점유율(27%-54%·경합 19%), 슈팅(6-13) 모두 독일에 밀렸지만 한국은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를 펼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조소현은 후반 추가시간 상대 반칙으로 부상을 입었고, 선수들은 지친 다리를 부여잡고 내달렸다. 1대1로 경기가 끝난 후 벨 감독 등 코치진은 울먹이는 선수들을 안아주며 위로했다.
독일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한국에 덜미를 잡혀 탈락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열린 H조 다른 경기에서 모로코가 콜롬비아를 1대0으로 잡으며, 독일(승점 4)은 콜롬비아(승점 6·득실 +2), 모로코(승점 6·득실 –4)에 이어 조 3위에 그쳤다. 독일은 반드시 한국을 잡아야 했지만 마지막까지 버틴 한국을 넘지 못했다. 한국이 2018년 러시아 남자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2패 후 독일을 2대0으로 잡아 집으로 돌려보낸 것처럼, 다시 한번 독일을 끌어내렸다. 선발 출전한 한국 공격수 케이시 유진 페어(16·PDA)는 “경기하는 동안 H조 다른 경기 내용은 몰랐다. 그저 최선을 다해 뛰었을 뿐”이라고 했다.
주장 김혜리(33·인천현대제철)는 “이기지 못해 아쉬움은 당연히 남지만, 최선을 다해 뛰어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찾은 정지현(29·경기 안양시)씨는 “선수들이 몸을 내던지며 경기해 감동받았다. 선수들이 기죽지 않고 대회를 잘 마무리한 것 같다. 목이 쉬도록 응원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5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강 시신 유기’ 양광준 동문 “동상 걸린 후배 챙겨주던 사람…경악”
- 권익위 “尹정부 전반기 26만명 집단 민원 해결”
- 수험표 배달에 수험생 수송까지...“콜택시냐” 경찰 내부 불만 나왔다
- Trump team plans to end EV tax credit, potentially hurting Korean automakers
- ‘해리스 지지’ 유명 배우 “미국 디스토피아, 떠나겠다”
- 내년 아파트 공시가격도 시세 변동만 반영...현실화율 69% 동결
- 野 ‘이재명 무죄’ 법원 총집결에... 한동훈 “뻔뻔함 수준 넘어, 나라 망가뜨려”
- 제주서 불법 숙박업 혐의, 문다혜 검찰 송치
- ‘한동훈’ 이름으로 尹 비난 글 올린 작성자, 유튜버에 고발당해
- “노숙자 시절, 책 선물해준 은인 찾아요”… 베스트셀러 작가의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