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무공전서’ 새 번역본 나오기까지 60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존재가 있다.
그런데 조선 시대 정조 대왕이 앞장서서 펴낸 '이충무공전서' 국역본은 노산 이은상 선생이 1960년 5월에 펴낸 것 하나뿐이라고 하니, 몰랐던 사실이고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이은상 선생은 1960년에 낸 '이충무공전서' 국역본을 스스로 폐간했다.
이충무공전서는 조선 시대 정조 임금이 이순신 장군을 기리고자 국가 주요 사업으로 삼고 최선을 다해 1795년 편찬한 책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정조가 업적 기린 주요 사료지만
- 지금까지 이은상 번역본이 전부
- 7인 전문가 역주… 민간기업 펴내
읽으면 읽을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존재가 있다. 이순신(1545~1598) 장군이 그런 분이다. 당신은 결코 이순신의 심연(深淵)에 가 닿을 수 없다. 정말로 넓고 깊고 크고 면모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의 심연에 가 보려고 열심히 노력할 뿐이다.
‘나는 이순신을 잘 안다’고 말하는 사람은 믿지 않으면 된다. 정말로 그렇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이순신을 외우는 사람이다. 이순신에게서 배우는 사람은 아니다. 이순신에게서 배우고 있거나 잘 배운 사람은 ‘나는 이순신을 잘 안다’는 말을 못 한다. 그분 앞에서 부끄러운 줄을 알고, 말없이 실천할 뿐이다. 주위에 ‘세상에 훌륭한 인물 많은데 왜 또 굳이 여전히 이순신이냐?’고 묻는 성인이 있는데, 측은하다(어린이는 이렇게 말해도 괜찮다). 달리 해줄 말도 없다.
‘신정역주 이충무공전서’가 나왔다. 전 4권이 한 세트이다. 이 책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이 책은 석오문화재단이 펴냈다. 석오문화재단은 창의적인 기업으로 이름난 한국콜마의 윤동한 회장이 만들었다. ‘한국에 전하는 영락대전 : 전존 경위와 내용’을 2018년에 출간했고, ‘그들이 기록한 안중근 하얼빈 의거 : 일본 외무성 소장 ‘이토 공작 만주 시찰 일건’ 11책 총람‘을 2021년 발간했다. 그리고 최근 ’신정역주 이충무공전서‘를 세 번째 결실로 세상에 내놓았다. 이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인문 실천을 통한 기업 이윤 사회 환원의 뜻깊은 사례다.
여기서 ‘신정역주 이충무공전서’를 정부 차원이 아닌 민간에서 펴낸 사연을 일부나마 밝혀두어야겠다(이 일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지금까지 ‘이충무공전서’ 역주본은 노산 이은상 선생이 낸 것 하나뿐이다.”(8쪽) 석오문화재단 부설 한국역사연구원 이태진 원장(전 국사편찬위원장)이 이 책에 실은 축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순신 장군에 관한 연구가 깊이 있고 원활하게 잘 이루어지고 있는 줄 알았다. 비봉출판사가 펴낸 ‘충무공 이순신 전서’(박기봉 편역·전4권)를 탐독하고 참고한 독자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조선 시대 정조 대왕이 앞장서서 펴낸 ‘이충무공전서’ 국역본은 노산 이은상 선생이 1960년 5월에 펴낸 것 하나뿐이라고 하니, 몰랐던 사실이고 놀라운 일이다. 정부는 뭘 했고 학자들은 뭘 했기에….
그런데 이은상 선생은 1960년에 낸 ‘이충무공전서’ 국역본을 스스로 폐간했다. 일제강점기의 참화와 6·25 한국전쟁의 비극에서 갓 벗어난 한국인을 위해 급히 서둘러 번역은 했는데, 본인이 보기에도 한계와 미진한 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은상 선생은 사료를 더 모으고 현장을 답사하며 새로이 ‘이충무공전서’를 내려고 애쓰던 중 1982년 타계했다. 성문각출판사에서 이은상 선생의 원고를 수습해 1989년 ‘완역 이충무공전서’를 펴냈다. 이 책이 한국 사회에 사실상 유일한 국역본 ‘이충무공전서’였다.
신정(新訂)은 새롭게 고치고 다듬어 펴낸다는 뜻이다. 이민웅(대구가톨릭대 석좌교수, 해군사관학교 명예교수) 정진술(전 문화재위원) 양진석(전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학예연구관) 김경숙(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노영구(국방대 군사전략학과 교수) 이현진(한국과학기술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연구 부교수) 김남기(안동대 한문학과교수) 학자가 신정 역주에 참여했다.
이충무공전서는 조선 시대 정조 임금이 이순신 장군을 기리고자 국가 주요 사업으로 삼고 최선을 다해 1795년 편찬한 책이다. 이순신 연구와 공부에서 매우 중요한 책이다. 신정역주본을 읽어보았다. 다른 책에서 선조가 이순신 장군에게 내린 교지를 읽으면 짜증부터 났는데 여기서 그 교지를 읽으니 짜증이 나는 게 아니라 상황 전모가 한눈에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