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은 처음이라…초보 노인을 위한 진솔한 조언들

초보 노인입니다- 김순옥 에세이 /민음사 /1만6800원

- 초등교사 출신 60대 저자 에세이
- 새로운 노년의 삶을 응원하는 글

“지금이 제일 고울 때야. 젊은 사람이 멋 좀 내고 다녀요. 이렇게 이쁠 때는 금방 지나가거든. 알았죠?” 80대 여성이 60대 여성에게 한 말이다. 이처럼 진실한 조언이 또 있을까.

노을을 함께 바라보는 나이 든 부부의 이미지 컷.

사람은 언제 ‘노인’이 되는 걸까? 국민연금공단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이 인식하는 ‘노인이 되는 시점’은 평균 69.4살이다. 평균 인식은 그렇다 치고, 막상 그 나이가 되었다고 당신 스스로 노인이라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초보 노인입니다’는 막 노년기에 들어선 60대 저자의 솔직한 수기이자 노년기에 대한 섬세한 관찰기다. 김순옥 저자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은퇴하고 남편과 함께 늙어가는 중이다. 저자 부부는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었지만, 돈 문제로 우여곡절 끝에 실버아파트에 입주했다. 원해서 택한 게 아니라 돈에 맞췄다.

이 책의 배경은 노인을 위한 맞춤형 주거지, 실버아파트다. 입주민 평균 나이가 80대로, 은퇴 후 살아가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문제는 그저 가격이 싼 새 아파트라는 이유로 실버아파트에 입주한 저자였다. 스스로 아직 노인이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저자는 그 기분을 이렇게 썼다. “실버아파트는 다른 세계였다. 실버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그냥 노인들이 모여 사는 곳에 산다는 것 이상으로 무엇인가에 대한 예습이 필요한 일이었다. 난 아무런 준비도 생각도 없이 덜컥 실버의 세계로 들어와 버렸다. 그렇게 좌충우돌, 고군분투의 삶은 시작되었다. 매우 조용히.”

이 책은 여전히 젊은 채로 ‘늙음’을 맞닥뜨린 초보 노인의 노년기 선행 학습 같다. 저자는 멀리서 보면 다 같은 할머니 할아버지 같지만, 가까이에서 본 노인은 모두 다르다고 말한다. 이삿날 불쑥 집 안에 들어오는 마당발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 이웃집 현관문 앞에 직접 키운 채소를 조용히 놓고 가는 할머니도 있다. 아픈 아내를 돌보며 기타를 배우는 할아버지가 있고 오른 밥값에 분기탱천하며 투쟁을 외치는 할아버지가 있다.

어떤 할머니는 씩씩하게 동네 뒷산의 벌레를 잡고, 또 다른 할머니는 무지갯빛으로 손톱을 칠하고 하늘하늘한 시폰 원피스를 입은 고운 자태를 뽐낸다. 웃음도 나고, 한편으로는 애잔한 마음도 든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저자는 그들을 보며 노인이 된 자기 모습을 그려본다. 그리고 아직 ‘노년’이라는 단어가 낯선 채로 그곳을 향해 가는 이들, 부모이고 선배인 초보 노인을 지켜보며 응원하는 모든 이를 위해 ‘늙어 감’을 기록했다. 언젠가는 이런 삶을 만나겠구나 하면서, 한편으로는 늙으신 부모님의 마음 속 이야기를 비로소 처음 듣는 기분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