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디지털 아트관… ‘예향’ 광주 다시 태어난다
광주시가 시설이 낙후한 광주문화예술회관을 리모델링하고 시민에게 공개한 데 이어, 국립 현대미술관 디지털 아트관 건립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의 이전 신축을 추진하는 등 문화 예술 분야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3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문화예술회관을 ‘광주 예술의전당’으로 이름까지 바꿔 다시 문을 열고, 최근 시민에게 공개했다. 1991년 개관한 문화예술회관은 시설이 낡아 45억원을 들여 개수했다. 특히 내부 공연장 시설을 일신(1732석에서 1517석), 콘서트 등 공연을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시는 밝혔다. 시는 재개관 기념 콘서트도 열었다. 산뜻한 공연장을 반기면서도, 이모(40·여·중학교 음악 교사)씨는 “다른 지역의 콘서트 전용 홀에 비해서는 음향 수준이 못 미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연극 등 다양한 공연도 할 수 있는 다용도이기 때문이다. 옛 전남도청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예술극장은 무대 공간을 나눌 수 있는 복합형으로 주로 창작용도로 쓰고 있다. 두 곳 모두 콘서트 전용은 아닌 셈이다.
시는 국내외 대표 예술 작품들을 디지털화해 가상 공간에서 구현하거나, 체험하는 디지털 아트관을 추진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아트관을 지으려고 하는 곳은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는 무등산 기슭 신양파크호텔 자리다. 이곳은 2019년 폐업 후 타운하우스 건설이 추진됐다. 그러자 시가 2021년 367억원에 이 부지를 사들인 이후 ‘공적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고심해왔다. 광주시가 ‘디지털 미디어 창의 도시’로 지정돼 있어 관련 여건을 충분히 갖춘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최근 전문화하는 공연장 추세를 반영해 오페라 전용관 건립을 이곳에 추진하려다, 막대한 시설비(3000억원 규모)와 연간 100억원가량으로 예상되는 운영비 때문에 디지털 아트관을 유치하는 쪽으로 선회했다고 시 관계자는 말했다. 아트관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은 오페라하우스보다 3분의 1가량 덜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는 또 1995년 문 연 비엔날레의 전시관도 노후해 시대적 조류에 맞게 새롭게 짓기로 했다. 올해 14회를 맞은 광주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세계적 동향을 보여주는 국제 미술전이다. 전시관은 중외공원 문화벨트 안에 있다. 이 벨트에는 예술의전당, 시립미술관, 어린이박물관, 민속박물관 등이 있다. 비엔날레 주차장으로 이용하는 부지(북구 매곡동)에 사업비 1181억원을 들여 연면적 2만3500㎡, 지상 3층 규모로 전시관을 신축할 예정이다. 주차장 부지와 시립미술관까지 길이 400m, 폭 70m 보행 정원 형태의 오버브리지도 별도 예산을 들여 세우려고 한다. 오는 2025년 전시관을 착공, 2027년 완공할 계획이다.
시는 공연·전시장 외에도 지역을 대표하는 도서관도 짓고 있다. 도심 속 쓰레기 소각 시설 일대(서구 치평동)를 도서관을 포함한 복합적 문화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도서관은 516억원을 들여 연면적 1만1286㎡,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로 내년 완공한다. 2001년부터 가동한 상무 소각장은 생활 쓰레기를 하루 400t 소각해오다 2016년 말 폐쇄되었다.
이러한 문화 시설 확충으로 ‘원정 관람’이 해소될 것인지도 관심이다. 광주에서는 예향(藝鄕)에 걸맞지 않게 다른 지역으로 공연과 전시 등을 보러 가는 경우가 많다. 김모(59·여·서구 화정동)씨는 “공연 보려고 서울 갔다 왔다”며 “광주에서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말 1박 2일간 친구 셋과 KTX 편으로 서울 ‘문화 나들이’를 했다. 크고 멋진 공연장에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고, 다른 전시관에선 국제적인 미술 작품들도 감상했다. 이정록 전남대 명예교수(지역개발)는 “도시의 경쟁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확보해야 한다”며 “광주라는 도시의 품격을 뒷받침하고 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잘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경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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