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안전 분야 예산, 새로운 관점 필요하다

경기일보 2023. 8.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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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진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집중호우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재난 앞에 우리의 대응은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재난 안전 분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앞으로 재난의 발생 빈도는 증가하고 예측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리의 삶이 윤택해지는 만큼 사회재난의 복잡성은 커질 것이다. 전 세계적 기후·환경위기는 한해, 장마 등 정기성 자연재난의 예측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재난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risk)이다. 위험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위험의 발생을 완벽하게 예측하거나 발생 확률을 ‘0’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위험을 정확히 예측하고 어떠한 결과가 날지 안다면 이는 손익의 개념에 가깝다.

예산은 대체로 손익의 관점에서 편성된다. 계획된 사업의 목적과 양의 적절성 및 적정성을 판단한다. 최소한의 재정 투입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고자 한다. 그래서 예산 편성 과정은 효율성의 가치가 우선된다. 이 과정에서 안전 분야 예산은 일상적인(routine) 업무로 인식돼 일반 사업예산에 비해 후순위로 밀리기 쉽다.

그러나 안전은 효율성의 가치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허버트 사이먼이 말했듯이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Bounded rationality)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위험의 종류, 발생 시기, 위해(hazard)의 수준 등을 확률적으로만 예상할 뿐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얼마만큼의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적정한지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다.

위험의 속성과 시민의 피해를 고려할 때 안전 분야 예산은 타 분야의 예산과 다른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연말에 재원이 남으면 비효율로 귀결되나 재원이 부족해 적시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시민의 생명이 위협 받는다.

효율적인 예산 편성이 시민의 생명보다 앞설 수는 없다. 효율성이 최우선 가치여야 하는 예산 과정에서 역설적이게도 ‘잉여’가 정당성을 얻는 부분이다. 비록 재원이 남더라도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예산 편성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과도한 ‘잉여’가 옳은 것은 아니다. 재원은 항상 희소하기 때문이다. 결국 안전 분야의 예산 편성은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모순에 대응해 안전 분야 예산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위험에 대한 정교한 분석을 통해 오차를 최소화하고 예산의 가외성을 인정해 편성될 필요가 있다. 가외성의 수준은 과거의 학습과 미래의 예측에 기반한다.

안타까움은 매년 반복된다. 안전 분야 예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적용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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