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예술이 되는 일상, 일상이 되는 예술
우리가 흔히 예술을 해석하는 방법을 문학론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크게 네 종류로 나뉘어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창작자의 생애부터 시작해 창작자의 관념까지 창작자에 관한 모든 것을 작품과 연결하는 표현론적 관점, 작품 속의 세계와 실제 현실 세계의 관련성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해석하는 반영론적 관점, 예술작품 그 자체에서 주요한 가치를 찾는 절대주의적 관점, 그리고 작품을 향유하는 독자나 관객 혹은 관람자가 중심이 돼 그들의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의 의미를 다시금 해석하는 효용론적 관점이다. 이러한 관점들은 본래 문학예술을 분석하는 방법론이지만 사실상 어떤 예술 장르에 대입해도 상응하는 내용이기에 필자는 다른 장르의 예술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이를 활용하는 연구를 전개해 오고 있다. 그렇다면 동시대의 일상화된 예술은 이들 중 어떤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을까.
앞의 단락에서 마지막으로 설명한 관점인 효용론적 관점은 여러 측면에 있어 동시대의 일상화된 예술과 궤를 같이한다. 효용론적 관점은 예술을 향유하고 받아들이는 이들의 이전 경험과 생각 그리고 그것들과 예술작품의 연결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새로운 의미들로 확장된다. 또 동시대에 이르러 일상에서 예술을 향유하는 쉽고 다양한 방법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예술은 이러한 효용론적 관점으로 끊임없이 일상화, 대중화되고 있다. 예술이란 거창한 행위이고 예술가는 특별하고 위대하다는 아주 오랜 예술에 대한 편견들이 점차 허물어졌고 예술과 결합된 테크놀로지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예술을 체험하는 기회도 다방면으로 열리게 됐다. 특히 디지털 산업으로 인한 여러 예술 플랫폼의 발전은 많은 방구석 아티스트를 양산했고, 예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멀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것에서 친밀하고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으로 크게 변화했으며 ‘예술적’이라는 수식어를 가져다 붙이는 일상의 행위들이 잦아지고 자연스러워졌다.
그러한 의미에서 ‘예술을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같은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필자에게 있어 예술이란 행위는 창작자 관점에서의 위대한 창조적 행위보다도 어떤 작품을 단순히 즐기는 것, 그리고 독자 관점으로 해석해 재창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일상에서 이러한 예술을 실천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고 다양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독서를 하는 것, 관극을 하는 것, 미술관에 가는 것, 그리고 내 방에 누워 음악을 감상하는 것들을 예술 행위의 일부라고 보는 것이다. 관객이나 독자, 혹은 감상자에게로 초점이 맞춰지는 효용론적 관점은 이들과 예술작품의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그 작품에 대한 해석을 이들에게 맡긴다.
우리는 패션이라는 이름의 예술을 입고, 요리라는 이름의 예술을 먹으며, 건축이라는 이름의 예술에서 생활한다. 그 과정에서 개개인에게 내밀하게 생겨나는 어떠한 표상들이 예술작품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예술의 창작자나 예술 자체가 중심이던 과거의 예술에서 이제는 그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가장 사적인 일상의 경험들과 관련된 관념의 파편들이 예술화됐다. 최근 들어 이러한 효용론적 관점이 다른 관점들에 비해 조금씩 우위를 차지하게 되면서부터 동시대의 예술은 일상과 점차적으로 가까워지고 결국 닮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술로 인해 우리는 세상을 일관되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의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예술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는 거의 모든 이들이 독창성을 띤 예술가로 변모할 수 있으며 그럴수록 더 많은 일상이 예술이 될 수 있게 된다. 예술이 되는 일상, 일상이 되는 예술은 어느 쪽이 먼저이냐에 상관없이 그저 무던한 삶을 단번에 환상으로 이동시키고 우리는 그 가치 속에서 오늘도 꿈을 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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