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름 만에 또 흉기 난동, 치안이 흔들린다

경기일보 2023. 8.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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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유혈극 그 자체였다. 백주 대낮에 벌어진 살상극이다. 차량에 깔려 사람이 줄줄이 쓰러졌다. 건물에 뛰어든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시민들이 영문 모르고 쓰러졌다. 도로에, 건물에 중상자들이 널부러졌다. 공중에는 헬기가 날아다니며 부상자들을 날랐다. 영화도 이렇게 난데 없고, 이유도 없으며, 무자비한 장면은 묘사하기 어려울 것이다.

참변이 일어난 것은 3일 오후 6시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일대다. 범인은 배달업에 종사하는 최모(23)씨다. 먼저 차량을 인도로 몰아 보행자들을 들이 받았다. 여기서 보행자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어 백화점 내부로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 백화점 1∼2층에서 고객들에 흉기를 휘둘렀다. 여기서 다시 9명이 다쳤다.

범인은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모자를 뒤집어쓰고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상태였다. 얼굴을 노출시키기 않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조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달 21일 ‘신림동 사건’의 영향은 짐작할 수 있다. 일반 시민들이 오가는 곳이라는 점, 백주대로에서 벌어졌다는 점, 불특정 다수에 흉기를 휘둘렀다는 점 등이 닮았다

새삼 주목하게 되는 것이 있다. 신림동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 등장했던 범행 예고다. 신림동 사건과 같은 사건을 저지르겠다는 내용이었다. 1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하고 있다고 경찰이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수사 결과가 공개된 바는 없다. 신빙성 없는 것이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혹여라도 이번 사건과 관련 있는 예고가 있었을까 걱정이다. 아니면, 실현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예고가 있는지도 궁금하다.그리고 무섭다.

시민이 얼마나 공포에 떨었는지 생생한 묘사가 있다. SNS로 전해진 목격담이다. “범인 잡힌 거 목격했는데 1층에서 사람 한 명 쓰러져 있었고 2층 문 앞에도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며 “사람들이 다 놀라서 에스컬러에터 역주행하고...”라고 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현장에 출동한 헬기 사진을 공유하면서 “얼마나 심각하게 다쳤으면 헬기까지 출동했을까”하고 했다. 긴박하고 참담했던 당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전언들이다.

시민들은 이제 ‘나와 가족의 안전’을 걱정한다. 신림동 사건에서도 서현동 사건에서도 치안은 없었다. 흉기에 인명이 유린당한 뒤에야 경찰이 있었다. 처음이라면 어떻게든 이해할 구석이 있다. 하지만 보름 사이에 닮은 범죄 두 건은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범죄를 예고하는 온라인 협박이 10건이나 있었다. 그 협박의 진위 여부조차 명확히 발표된 게 없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수 있나. 경찰의 치안을 믿으라고 할 수 있겠나.

목숨 걸고 현장 제압에 나선 경찰의 노고를 안다. 묻지마 범죄 특성상 예방이 쉽지 않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런 이해가 시민을 더 공포스럽게 하고 있다. 막을 수 없다는 얘기인가. 제3의 신림동, 제2의 서현동 참변이 있을 수 있다는 건가. 국민 생명 보호하는 치안 유지는 경찰의 존재 이유다. 존재 이유 증명 못하는 경찰은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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