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모방 테러 예고 9건… 결국 13일 만에 또 참사 터졌다
서울 신림동 칼부림 테러 13일 만에 또 다른 흉기 테러가 발생했다. 신림동 테러 이후 비슷한 ‘묻지 마 테러’ 예고가 잇따른 끝에 결국 현실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신림동 테러가 낳은 모방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림동 테러범 조선(33)은 지난달 21일 미리 준비한 예리한 흉기를 들고 신림역 주변을 돌며 눈에 띄는 남성들을 잔혹하게 공격했다. 이 사건으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비슷한 테러를 저지르겠다는 예고가 잇달았다. 경찰에 따르면, 조선의 테러 이후 3일까지 총 9건의 모방 범죄 예고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첫 범죄 예고 글은 신림동 사건 이후 사흘 만인 지난달 24일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왔다. “신림역에서 한국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글과 함께 자신이 인터넷 쇼핑으로 주문한 흉기의 사진을 올렸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글 작성자 이모(20대 남성)씨가 이튿날 경찰에 자수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성만 희생된 신림역 사건에 대한 일부 여성들의 남성 혐오적 반응에 분노를 느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를 협박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모방 범죄 예고가 잇달았다. 이씨가 자수한 바로 그날, ‘오늘 밤 신림 일대에서 여성 1명을 강간 살인할 예정’이란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글 작성자는 일주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일 오후 11시 10분쯤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갤러리에 다음 날 신림동에서 살인 암시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는 “인생 다들 행복하게 사는데 내일 밤 신림에서 누군가 칼 들고 나타날 것”이라고 적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서울경찰청은 3일 강력범죄수사대에 ‘살인예고글 전담대응팀’을 구성했다. 사이버범죄수사대가 피의자를 특정하면 전담팀의 강력 형사가 투입돼 추적 검거하겠다는 것이다.
그 발표 직후 이번 서현역 사건이 터졌다.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은 신림역 테러가 서현역 테러를 낳은 것으로 본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서현역 칼부림 사건과 관련해 “모방범죄일 가능성이 크며, 이번에는 범행 장소가 다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림동 사건은 열등감에서 비롯된 칼부림이었다면 서현역 사건은 ‘백화점’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아 일종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살인 예고 글과 매체에 보도된 신림역 사건 기사 등이 범죄를 저지르는 일종의 촉발제가 됐을 수 있다”고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최근 한국의 길거리가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경찰이 수사 영역 외에도 치안 역량을 높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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