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韓·日 스타트업 생태계의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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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장면은 또 있다.
일본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최근 2년 연속 1조엔을 넘어섰다.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스타트업 생태계도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일본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카드로 '5개년 스타트업 육성정책'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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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경제가 꿈틀댄다. 엔저를 기반으로 기업실적이 회복하면서 주식시장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부동산 시장도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올 1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7%로 한국(0.3%)을 훨씬 앞섰다. 아직 예단하긴 이르지만 일본이 드디어 '30년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것이란 낙관론이 곳곳에서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종전보다 0.1%포인트 상향조정했다.
일본 경제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장면은 또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다. 일본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최근 2년 연속 1조엔을 넘어섰다.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스타트업 생태계도 달아오르고 있다.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IT(정보기술)·서비스분야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등 일본이 강점을 가진 분야로도 창업바람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뒤처진 DX(디지털전환)에도 속도가 붙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후지키메라종합연구소는 일본 DX시장 규모가 2019년 7900억엔(약 8조원)에서 2030년 3조4000억엔(약 3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변화는 일본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일본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카드로 '5개년 스타트업 육성정책'을 꺼내들었다. 2027년까지 10조엔(약 91조원)을 투자해 스타트업 10만곳,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100곳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총괄지휘할 스타트업담당상(장관)도 신설했다. 앞서 2021년에는 총리실 직속 디지털청도 세웠다.
아울러 자국 DX 기업에 연구비를 지원한 해외 VC(벤처캐피탈)와 AC(액셀러레이터)엔 투자비의 3분의2를 보조하는 한편 해외 스타트업엔 최대 1년의 특정활동 비자를 발급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책들도 내놨다.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경제활력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 일본과 달리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되는 투자혹한기로 고전한다. 스타트업 민관협력 네트워크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건수는 584건, 투자금액은 2조3226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투자건수는 41%, 투자금액은 68% 급감했다. 10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는 3건에 불과했다.
경기 불확실성과 금리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그렇다고 경기가 회복하기만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어렵게 지핀 제2벤처붐 열기가 식지 않도록 창업 및 벤처투자 관련 규제개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강한 시그널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올해 벤처투자 마중물인 모태펀드 예산을 절반가량 줄였다. 벤처투자 시장을 민간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취지였지만 가뜩이나 위축된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선 내년 모태펀드 예산을 대폭 확대해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민간 모험자본이 진짜 모험을 즐길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대기업 계열 CVC(기업형 벤처캐피탈)에 대한 규제개선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는 구글벤처스, 인텔캐피탈 등 200여개 CVC가 활동하면서 경제 역동성을 높인다. 국내 CVC들도 스타트업 투자 및 M&A(인수·합병)에 적극 나서도록 외부자금 조달과 투자 관련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등 모험자본이 스타트업 생태계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투자수단 도입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디지털 대변혁의 시대, 변화와 혁신 없이는 미래도 없다. 산업 곳곳에 변화와 혁신의 싹이 폭넓게 퍼져나가도록 스타트업 생태계를 성장시키는데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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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 미래산업부장 sy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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