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AI시대 저작권 제도와 한국저작권위원회 역할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인해 기존 저작물 시장에서의 반발과 마찰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생성형 AI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우려와 비판도 만만치 않다. AI가 그럴싸한 허위 답변을 제공하는 환각(Hallucination)에 대한 우려, 인간 창의력의 감소에 대한 걱정도 있다. 창작자는 생성형 AI 학습에 자신의 저작물이 무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고, AI 개발자는 대량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저작권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각국은 인간 창작자를 근간으로 한 저작권 제도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의 조화로운 해결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AI와 관련된 법 제도적 정책의 검토에서는 먼저 AI가 인간 창작활동의 가치를 높이는 효율적인 도구로서 기능할지, 반대로 기존 창작자들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고 일자리를 위협하는 경쟁자가 될 것인지가 문제다. 이러한 문제에 기초하여 AI 기술에 대응하는 법과 제도의 발전적 방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이루어 가는 정책 로드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최근 어도비가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병행하여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포토샵의 베타버전을 공개한 것과, 이현세 만화가가 본인의 과거 작품을 AI에게 학습시켜 이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창작하려고 하는 것 등은 발전적 협업의 사례들이다. 반면, 미국에서 일부 작가들이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메타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고, 미국 작가조합과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이 전면 파업에 들어간 것은 AI가 가져다줄 부정적 파급력에 대한 깊은 우려를 보여준다.

AI에 대한 저작권 정책의 추진 방향을 진흥에 둘 것인지 혹은 규제에 둘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AI와 창작자 사이의 관계, AI가 저작물 시장에 끼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과 논의가 선행돼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성숙과 발전의 기반이 되는 문화예술의 향상과 창작자들의 창작활동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 무엇인가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논의를 위해서는 국내의 AI 기술 및 관련 산업 발전을 도모하면서도 창작자를 보호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협의체의 구성과 운영이 필요하다. 올해 한국저작권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학계.법조계.산업기술계 종사자와 이해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AI-저작권법 제도 개선 워킹 그룹' 운영을 통하여 AI와 관련된 저작권 쟁점들을 현장 중심으로 검토하고 현행 저작권 제도하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산출물 이용 가이드를 우선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8월 '저작권 법학자 대회,' 10월 '서울 국제 저작권 포럼' 등을 비롯한 여러 논의과정을 거쳐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AI 기술 발전에 따라 파생될 수 있는 저작권 쟁점과 대안 논의를 거쳐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용자의 책임 있는 AI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준비해 가려 한다.

AI가 만들어낸 산출물의 보호와 이용 문제도 창작성에 근간을 둔 저작권 법리에 기초하여 발전적인 해결책이 가능할 것이다. AI에 대한 기술적인 이해와 저작권의 이론적 배경 및 철학적 토대에 관한 통찰력 있는 논의를 바탕으로 AI 기술 발전 수준에 적합한 법 제도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I 시대의 저작권이라는 아포리아를 넘어서 우리 AI 산업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창작자가 자유롭게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보호받으며 창의성을 더욱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구축을 위해 앞장서 노력할 것이다.

최병구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최병구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