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퇴임 앞둔 대법원장의 치적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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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올해 2월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 제도'를 도입하는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해석을 내놨다.
당시 행정처에서 일했던 한 판사는 "전자소송같이 당시 준비가 다소 덜 된 상태였던 제도도 즉시 도입하는 쪽을 택하면서 이후 취임한 양승태 대법원장은 마땅히 새롭게 꺼내들 만한 슬로건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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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 내에 뭔가 치적을 만들려는 계산 아니겠습니까?”
대법원의 조급한 제도 추진에 9월 퇴임하는 김 대법원장의 치적 쌓기에 대한 고려가 실제 반영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역대 대법원장이 재임 기간 자신의 ‘대표 업적’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여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법원장이 대통령도 아니고, 꼭 뭔가 치적이 있어야 하는 건가요?” 기자의 말에 법원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장 퇴임 때마다 업적을 정리하는 백서를 만든다. 그 안에 넣을 말이 뭔가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했다. 대법원장 개인의 욕심 때문이라고만 하기도 어렵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행정처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대법원장이 주문하지 않아도 밑에서 먼저 알아서 추진할 역점사업을 만들어 온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2005~2011년 재임한 14대 이용훈 대법원장은 ‘민사 구술변론주의’, ‘형사 공판중심주의’, ‘전자소송 도입’, ‘법관 인사 이원화’ 등 많은 슬로건을 남겼다. 당시 행정처에서 일했던 한 판사는 “전자소송같이 당시 준비가 다소 덜 된 상태였던 제도도 즉시 도입하는 쪽을 택하면서 이후 취임한 양승태 대법원장은 마땅히 새롭게 꺼내들 만한 슬로건이 없었다”고 말했다. 양승태 사법부가 고심 끝에 빼어든 슬로건은 ‘상고 법원 도입’이었다. 상고 법원 관철을 위한 총력전의 비극적 결말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바 그대로다.
사법부의 대법원장 치적 만들기는 득보다 실이 많다. 국가 기능 중 사법작용은 본질적으로 수동적인 성격을 갖는다. 누군가에 의해 사건접수가 돼야 일이 시작되고, 접수가 된 이상 사건 처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 법원이기 때문이다. 법률 적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 ‘지속성’이다. 사법부의 사법행정 역시 그래야 한다.
이달 중순이면 사법부의 새로운 6년을 이끌어갈 새 대법원장 후보가 지명된다. 새 대법원장에게 바라는 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여러 법조인이 ‘상식’과 ‘합리성’을 꼽았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우리 사법부 역사가 이미 75년”이라며 “이제는 새 제도를 만드는 데 치중하기보다 기존 제도에서 국민이 불편을 느끼는 부분을 찾아 고치는 디테일한 개혁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국민이 대법원장에게 바라는 것은 대단한 치적보다 소박하고 단순한 데 있다.
장혜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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