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한·미·일 정상회의의 지정학적 효과
강대국 경쟁시대 불확실성 해소
대북·인태전략 중요한 동력 작용
韓 외교 글로벌 중추 도약 기대
오는 18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많은 논의가 국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초로 개최되는 단독 3국 회의라는 점에 있어 향후 정례화 가능성, 3국 협력영역의 확대, 쿼드(Quad) 수준의 격상된 협의체로의 발전 등 다양한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다. 협력의 각론 수준에서 세 국가는 많은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세 국가의 협력이 공식화되었다는 점이고, 이것이 가져올 지정학적 효과이다.
단적으로 중국의 서해 내해화 시도뿐만 아니라 빈번한 방공식별구역 진입, 동해에서의 중·러 연합군사훈련 실시 등에서 알 수 있듯 중국은 이미 미국의 서태평양 접근을 차단·거부하기 위한 근해방어(近海防禦)·원해호위(遠海護衛) 해양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은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우선순위화하며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균형 전략을 모색한다. 그 결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가능해졌고 북한의 미사일은 미국 본토와 유럽 전구까지 위협할 수 있는 ‘글로벌’ 현안이 되었다.
요컨대 중국은 미·중관계를 우선순위에 두고 한·중관계를 조정한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남북관계를 우선시하여 중국에 대한 수용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그에 따라 국제관계를 조정하는 것은 한국이 스스로를 ‘약한 고리’로 만드는 셈이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고 한반도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한국의 우선순위이긴 하나, 이젠 그러한 전략적 목표가 역내 강대국 경쟁과 분리되어 달성하기 어려워졌고, 분리시키려 시도하는 것도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한국이 인도태평양 역내 네트워크를 확장함으로써 억제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 현상변경 국가들에 대한 더 많은 레버리지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상호주의에 입각한 한·중관계와 남북관계 재정립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한과의 대화를 접는다는 것도, 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것도 아니다. 외교적 네트워크 확대, 그에 따른 억제력 강화와 대화 모색은 상호 대척점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한·미·일 3국 정상회의는 한국이 비로소 글로벌 중추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북정책 조율,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미·일 세 국가 내부에서는 여전히 3국 협력에 대한 기대 수준과 협력 영역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하게 될 것이다. 대북 억제, 우크라이나 문제 등 당면 현안도 산적해 있다. 그러나 세 국가는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공통의 이익을 확대하며 지금의 강대국 경쟁의 불확실성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세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와 규칙기반 질서를 공고히 할 수 있는 협의체로 발전시키길 기대한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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