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한의말글못자리] 대화 못 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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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흔하여 잊기 쉬우나, 인류가 해온 중요한 '행동'의 하나가 대화이다.
먹거리를 구하는 일이 육체적 행동이라면 대화는 정신적 소통 행위이다.
'입을 열지 못하게 하는' 수직적 인간관계, 효용만 따지는 배금주의, 사회구조의 불평등 따위가 애초부터 대화를 소용없도록 만들었다.
대화를 못하다 마침내 피하고 두려워하게 되면 그 '소통 행동의 억압'은 자신과 타자에 대한 폭력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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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한국은 대화가 막힌 사회였다. 그 원인을 따지자면 아주 많다. ‘입을 열지 못하게 하는’ 수직적 인간관계, 효용만 따지는 배금주의, 사회구조의 불평등 따위가 애초부터 대화를 소용없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입을 닫고 하는’ 경쟁 위주의 주입식 교육은 아예 대화를 할 줄 모르게 하였다. 낮은 인권의식 역시 약자들을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고립의 골짜기로 몰아넣었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는 이제 자살률이 세계적으로 높으며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는 ‘늑대사회’에 가까워졌다. 매우 낮은 출산율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소통에 대한 절망은, 자기를 존중해 주지 않는 외부와의 단절로 이어진다. 대화를 못하다 마침내 피하고 두려워하게 되면 그 ‘소통 행동의 억압’은 자신과 타자에 대한 폭력을 낳는다. 사소한 일에도 욕설이 오가며 고소, 고발이 벌어진다. 타협은 악덕이 되고 선의의 충고는 비난으로 돌아오기 일쑤이다. 언어가 교류의 수단이 아니라 싸우는 흉기이니 모두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감정노동자’가 된다. 이렇게 ‘말이 땅에 떨어지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자존감 지닌 시민들의 따스한 공감이 오가는 공동체는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이건 대책이 못 되지만,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이육사, ‘절정’) 없다는 심정으로 가끔 상상을 한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처럼 넓고 트인 곳에 토요일 오후 5시쯤 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그리고 각자 택한 마당으로 간다. 교제 마당, 독서 토의 마당, 연설 마당, 시사 토론 마당, 공개 고백 마당…. 혼자뿐인 골방에서 나온 이들이 차오르는 어둠에 자신을 가리고 또 드러내며 온갖 대화잔치를 벌인다. 거기서 필자는 가슴에 ‘공감과 너그러움’이라 적힌 셔츠를 입고, 후원단체가 보낸 음료를 나누어주고 있다.
최시한 작가·숙명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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