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의3A.M.] 스레드를 만든 저커버그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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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의 대항마 소셜미디어 스레드는 100개국에서 1억명이 가입하는 데 닷새밖에 걸리지 않았다.
저커버그는 측근인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에게 트위터 같은 짧은 텍스트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주문했다.
오프라 윈프리, 달라이 라마처럼 스레드에 권위를 실어줄 유명인을 섭외했다.
스레드 출시를 앞두고 저커버그는 고의로 노이즈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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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기회를 잡은 타이밍은
한 달쯤 지난 현재 스레드의 거품은 제법 꺼진 듯하다. 끝내 성공할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시작이 성공이었음은 분명하다. 폭발적이고 화려했다. 그 시작을 만들어낸 과정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10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트위터는 안드로메다로 향했다. 많은 사용자와 광고주가 트위터와 줄줄이 결별했다. 시장에 공백과 혼란이 생겼다. 최근에는 오랜 로고인 파랑새마저 없애고 X로 바꿨다. 메타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아니, 잡아야 했다.
메타 스스로가 위기였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틱톡으로 넘어가고 있었고, 광고 수익은 애플의 프라이버시 보호조치로 타격을 입었다. 저커버그의 야심작 메타버스는 기약 없이 돈만 먹는 하마였다. 10년 넘게 메타를 운영하던 정신적 지주 셰릴 샌드버그마저 떠났다. 전체 인력의 25%인 2만명을 자르는 구조조정에 회사 분위기도 흉흉했다.
스레드 출시 전후로 나온 보도를 보면, 지난해 11월부터 메타에서는 트위터를 대체할 문자 기반 서비스를 논의했다. 저커버그는 측근인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에게 트위터 같은 짧은 텍스트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주문했다. 모세리가 인스타그램에 문자 기반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하자, 저커버그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독립된 서비스로 만들자고 했다. 두 달 만인 이듬해 1월까지 만들어내라고 했다.
모세리는 60명으로 별동대를 꾸렸다. 지난 1월부터 ‘프로젝트 92’라는 코드명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과정은 긴박했다. 신속한 출시를 목표로 복잡한 기능은 생략하고 규제가 센 유럽연합(EU)은 출시 대상에서 제외했다. 오프라 윈프리, 달라이 라마처럼 스레드에 권위를 실어줄 유명인을 섭외했다.
스레드 출시를 앞두고 저커버그는 고의로 노이즈를 만들었다. 프로젝트 92의 책임자가 트위터를 디스하자 머스크가 트위터로 스레드를 디스하며 참전했다. 머스크가 “그가 오면 케이지 매치(우리 속 싸움)를 치를 수도 있다”며 불을 질렀다. 저커버그가 인스타그램으로 ‘(싸울) 위치를 보내라”라고 올리며 대전은 성사됐다. 두 사람이 실제로 격투를 벌일지와 무관하게 스레드는 출시 광고가 필요 없었다.
스레드의 성공적 데뷔에서 두 가지를 주목한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속도, 여기에 몰입한 저커버그의 변신이다. 팬데믹 이후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완벽이 아니라 속도임을 보여줬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최근 ‘마크 저커버그 3.0’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천재 괴짜 소년 ‘하버드 저크(저커버그)’에서, 페이스북을 창업한 ‘실리콘밸리 저크’로, 이제 ‘매킨지 저크’로 진화했다고 했다.
창의와 비전을 말하던 2.0 버전 ‘실리콘밸리 저크’는, 경영 컨설턴트 도움을 받아 효율과 비용 절감을 외치고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월스트리트 최고경영자 스타일의 3.0 버전 ‘매킨지 저크’가 됐다. 그의 변신은 페이스북의 위기의 심각함, 게다가 더는 실리콘밸리 규칙이 통하지 않는 절박함 때문일 테다. ‘매킨지 저크’의 성과와 리스크 모두 그의 몫이다. 하지만 결정적 위기의 순간에 자신마저 기꺼이 개조하는 리더는 필요하다.
이인숙 플랫폼9와4분의3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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