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인구 대국'도 실패한 인구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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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가총액 1위 애플을 비롯한 주요 기업이 '인도가 가는 길'의 동반자가 되길 원한다.
역설적으로 과거의 정책 실패가 오늘날 인도가 '인구 대국'이라는 엄청난 경쟁력을 갖추는 결과를 낳았다.
인도의 사례는 인구 정책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증명한다.
인도가 인구 정책에 성공해 현재의 인구 대국이 된 게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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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가총액 1위 애플을 비롯한 주요 기업이 ‘인도가 가는 길’의 동반자가 되길 원한다. 앞다퉈 인도 진출에 공을 들이고, 투자도 늘리고 있다.
인도의 힘은 인구에서 나온다. 유엔은 인도 인구가 14억 명을 돌파하며 중국 본토 인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존 1위였던 중국 인구가 감소 추세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구수에서 인도가 가는 길을 막아설 나라는 없어 보인다. 인구 대국이 된 기세를 몰아 인도가 조만간 미국 중국과 더불어 세계 3대 경제 대국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인도는 어떻게 세계 주요국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인구 절벽’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가 됐을까. 역설적이지만 인도가 과거에 인구 정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비결’ 중 하나로 꼽는 인구학자들이 있다.
인도 인구, 왜 안 줄었나
1970년대 대부분 나라에선 인구 폭발(인구의 급격한 증가)이 화두였다. 인도는 1975~1977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빈곤층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강제 불임시술을 시행하는 출산 억제책을 펼쳤다.
겨우 2년 동안 수백만 명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관수술과 같은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인권적인 인구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경험을 한 인도인들은 산아 제한과 같은 인구 억제책에 대한 반발심이 커졌다. 이런 국민감정 때문에 이후 인도 정부는 출산율을 낮추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인도 출산율의 하락 폭은 중국,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완만했다는 게 인구학자들의 분석이다.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었다면 여느 아시아 국가처럼 인도의 출산율이 빠르게 떨어졌을 것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0.78명, 중국은 1.18명인데 인도는 2.01명이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인도 인구는 2100년대 초 중국의 두 배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인구 정책 정교하게 짜야
역설적으로 과거의 정책 실패가 오늘날 인도가 ‘인구 대국’이라는 엄청난 경쟁력을 갖추는 결과를 낳았다. 인도는 다른 아시아 국가처럼 2000년대 전에 출산율을 대폭 낮추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인도는 풍부한 젊은 인구에 힘입어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강국의 지위를 확고히 할 거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도의 사례는 인구 정책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증명한다. 인도가 인구 정책에 성공해 현재의 인구 대국이 된 게 아니니 말이다. 그만큼 인구 정책의 중장기적 성과와 후폭풍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1970~1980년대에는 인구 억제가 개발도상국 대부분에 최선이었지만, 2023년 현재 인구 감소는 국가적 재앙으로 평가된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저출산 국가가 된 한국은 인구 소멸에 맞서고 있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다. 인구 증가를 억제할 때는 정책이 효과가 있었는데, 출산율을 다시 끌어올리려고 하는 현재는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인 상태다. 이제는 출산율 추세의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팽배하다.
이처럼 인구 소멸 위기에 몰린 한국엔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고단하고 지난한 일이라 해도 인구 정책을 외면할 수는 없다. 지금은 보다 정교한 정책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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