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춘천 세월교

이수영 2023. 8. 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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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의 도시 춘천은 물안개의 고장이다.

우두교에서 후평동 쪽으로 걷다 보면, 춘천의 안산인 봉의산을 배경으로 안개가 피어난다.

소양강과 의암호가 휘감고 있는 춘천은 곳곳이 안개 절경을 자랑한다.

소양댐 아래 2km 지점에 있는 신북읍 세월교는 색다른 강 풍경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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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의 도시 춘천은 물안개의 고장이다. 우두교에서 후평동 쪽으로 걷다 보면, 춘천의 안산인 봉의산을 배경으로 안개가 피어난다. 비가 온 뒤에는 몽환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사진작가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촬영 명소다. 소양 2교 소양강 처녀상 강변 물안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풍경이다. 소양강과 의암호가 휘감고 있는 춘천은 곳곳이 안개 절경을 자랑한다. 시민들이 지역을 사랑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소양댐 아래 2km 지점에 있는 신북읍 세월교는 색다른 강 풍경을 선사한다. 댐 방류 땐 폭포 같은 냉수가 내려와 안개를 만들어 낸다. 천지를 뒤덮어 선경(仙境)을 연상시킨다. 세월교는 한여름 시민들의 피서지로도 통한다. 3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찾아와도, 다리 위에 서 있으면 선선한 한기를 즐길 수 있다. 예전엔 가족들이 함께 와 돗자리를 펴고 신선놀음하기도 했다. 춘천을 방문한 지인들도 이곳으로 안내한다. 세월교는 홍수 때 댐 수문이 열리면 잠기는 잠수교다. 소양댐이 건설될 당시 공사용 가도로 설치돼 댐 공사 자재를 운반하고 공사 인부들도 건너다녔다고 한다. 다리가 여러 개 원형의 관으로 만들어져 ‘콧구멍다리’라는 별명으로도 더 유명하다. 오랜 세월 시민과 함께 해온 세월교는 ‘다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요즘 세월교가 보존과 철거를 놓고 논란이다. 2021년 안전진단 결과 D등급으로 판정, 춘천시와 원주환경청은 인도 진입을 봉쇄하고 철거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신북지역 주민들은 “세월교는 수십 년간 다리를 건너던 주민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으로 사계절 놀이터는 물론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며 존치를 촉구했다. 춘천시 번영회도 나섰다. 철거보다는 안전 보강 후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관광 자원화하는 것이 지역 발전에 더 부합한다며 시민공청회 개최를 제안했다.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세월교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될지 추이가 주목된다. 예산을 들이더라도 명소로 보존할지, 안전을 위해 철거를 단행할지, 깊이 있는 토론이 필요한 듯싶다. 이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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