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기의 별이 된 ‘고향아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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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강기희가 떠났다.
3일 정선군립병원에서 발인을 갖고 마침내 덕산기에 잠들었다.
이제는 강기희도 정선 문화예술의 역사가 됐다.
정선아라리는 태생이 노동요여서 배움 유무나 남녀노소 상관없이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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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역사·지명·음식 등 소개
3일 발인 문인·지인 추모 잇따라
소설가 강기희가 떠났다. 3일 정선군립병원에서 발인을 갖고 마침내 덕산기에 잠들었다. 지난 2일 정선문화연대 주최로 고인을 애도하는 추도식이 함께 진행됐다. 고인 주변에는 문인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늘 북적였다. 영화감독, 가수, 농민, 스님 등 사람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었다. 작가가 운영해 온 덕산기 숲속책방에 가면 그 이름들이 새겨져 있다.
고인의 마지막 저서 ‘정선’을 읽어보면, 그가 자신의 여러 소설에 고향을 녹여낸 이유를 알 수 있다. ‘정선’은 여행 인문서이지만 문학 작품처럼 읽혀진다. 어딜가나 무궁한 절경이 넘치고 아라리 절창이 흐른다. 이제는 강기희도 정선 문화예술의 역사가 됐다.
책에는 정선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정선의 사람과 풍경, 역사와 문화, 예술이 곳곳에 녹아있다. 험준한 산지로 인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는 정선에서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3만 7000년 전 남면 매둔동굴 유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우라지에서는 최초의 신석기시대 주거 유물과 함께 백인으로 추정되는 유골도 발견됐다.
정선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밤을 꼬박 새도 모자라지만 일부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가리왕산의 본래 이름은 본래 갈왕산(葛王山)이었지만 일제강점기 때 지금의 이름으로 변했다. ‘맥국’의 갈왕이피신해 궁을 짓고 살았다는 전설도 남아있다. 정선아라리는 태생이 노동요여서 배움 유무나 남녀노소 상관없이 불렸다. ‘중종반정’이라고 명명된 ‘박원종의 난’ 때 연산의 아들 이황이 정선 덕우리로 유배됐고, 이에 분노한 정선 주민 김팔발의 난이 일어났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이황과 김팔발은 사약을 마셨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선 직전인 1997년 12월 정선성당을 찾아 미사를 올렸다.
작가는 ‘덕산기 계곡’을 은둔의 땅이자 ‘한국의 네팔’이라고 소개한다. 도시살이에서는 도무지 느낄 수 없는 자연의 고요함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독특한 곳이다. 고려엉겅퀴로 만든 ‘곤드레나물밥’, 뜨거운 메밀국수인 ‘느름국’, 시원한 꼴두국수(콧등치기) 등 토속음식 소개도 입맛을 자극한다.
강기희는 각종 환경운동과 함께 통일 담론으로 세상의 변화를 꿈꿨던 작가이기도 하다. 그만큼 정선 동학의 역사를 다룬 장면이 흥미롭다. 1872년 동학의 2대교주 최시형은 정선 무은담에 숨어 동학을 재건해나갔다. 정암사 부속 암자인 적조암은 동학교도들의 수련장으로 사용됐고, 1895년 정선 동학군의 마지막 전투 ‘녹도전투’가 벌어졌으나 대패했다. 탄광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벌어진 사북항쟁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사북항쟁 지도부를 이끌었던 이원갑 전 사북항쟁동지회장과의 인터뷰 일부를 실었다. 이씨는 “따지고 보면 피해자들만 남아 있는 셈입니다. 이젠 화해해야지요”라고 말한다.
자장율사의 전설이 담긴 국보 수마노탑에서 탑돌이 하는 이들을 따라 몇바퀴 도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소원을 빌어야 하지만 딱히 빌어야 할 소원이 없다. 벌써 욕심이 비워진 것인가”라고 묻는다.
작가는 지난해 펴낸 첫 시집 ‘우린 더 뜨거워질 수 있었다’ 출간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하고 싶은 말을 90%쯤 한 것 같다”고 했다.
‘정선’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어둠이 내려 서러운 별들이 뜨기 전에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자, 정선으로. 봄꽃이 피는 날 다시 오자.”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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