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하는 기자] 며느리라는 이름의 자기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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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새집으로 이사한 시누이댁에 시댁 식구들과 집들이를 갔다.
나는 왠지 집에서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면서 남편에게 설거지를 전부 시키는 부인이 된 기분이 들어 마음이 내심 뜨끔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설거지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결혼하기 전 시댁에 인사를 드리러 찾아갔을 때 식사를 마친 뒤 자연스럽게 설거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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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새집으로 이사한 시누이댁에 시댁 식구들과 집들이를 갔다. 음식을 먹고 나니 자연히 설거짓거리가 잔뜩 쌓였다.
뭔가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맴돌아 안절부절못하다가 남편과 함께 설거지했다.
그 모습을 본 시누이는 미안해하며 하지 말라고 내내 말렸지만, 남편은 집에서도 설거지는 자기 담당이니 괜찮다고 답했다.
나는 왠지 집에서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면서 남편에게 설거지를 전부 시키는 부인이 된 기분이 들어 마음이 내심 뜨끔했다.
실제로 내가 요리하면 남편은 설거지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담당한다. 평소 요리를 좋아하는 내가 그것을 맡고 결혼하기 전까지 집에서 밥을 거의 해 먹지 않아 음식을 잘할 줄 모르는 남편이 뒷정리를 맡은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설거지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데 왜 나는 시댁 식구들 앞에서 괜히 마음이 뜨끔했을까. 남편에게 이런 마음을 말했더니 별거 아니라는 투의 반응이 돌아왔다.
결혼하기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결혼하기 전 시댁에 인사를 드리러 찾아갔을 때 식사를 마친 뒤 자연스럽게 설거지했다.
부모님께서 음식을 정성스럽게 차려주셨으니, 설거지를 남편과 내가 하는 게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 내가 예비 며느리가 아니라 예비 사위였다고 해도 그랬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더니 남편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가끔 남편과 성차별이라는 주제에 대해 끝나지 않는 싸움을 한다. 80년대생 동갑인 나와 남편은 이것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다르다.
노골적인 남아선호 사상이 사라지고 남녀가 동등하다고 교육받은 남편은 남녀 차별이 없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것이 엄연히 있다고 주장한다.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나왔을 때 누구나 한 번씩 경험했을 내용에 많은 여성이 공감한 것과 달리 일부 남성들에게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과 나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근래 속이 안 좋은 나를 걱정하며 직접 녹두죽까지 끓여주실 정도로 시어머니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는 며느리지만 그 순간 왜 마음이 뜨끔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무엇의 눈에 찔려 뜨끔했던 것일까. 그 누구도 아닌 며느리로서 나를 세상에 눈에 맞춰 스스로를 검열했던 건 아닐까. 노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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