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손효림]드라마를 통해 본 직업으로서의 교사

손효림 문화부장 2023. 8. 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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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큰 인기를 모은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고등학교 수학 교사 전종렬(김다흰)이 대학 동기인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과 소주를 마시며 자조적으로 한 말이다.

서울 강남의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국어 교사로 근무하는 고하늘(서현진)이 정교사가 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그린 드라마 '블랙독'(2019∼2020년)은 교육자이자 직장인으로서 교사를 두루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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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 조직원, 생활인으로 하루하루 분투
애환 지닌 보통 인간으로 비추며 이해 폭 넓혀
손효림 문화부장
“너, 내가 공문을 얼마나 잘 쓰는지 모르지? 내가 공문을 겁나 잘 써서 교감이 나만 시켜. 근데 왜 너만 (연봉이) 몇백억이야?”

올해 큰 인기를 모은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고등학교 수학 교사 전종렬(김다흰)이 대학 동기인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과 소주를 마시며 자조적으로 한 말이다. 주인공 최치열은 연봉 수백억 원에, 그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가 1조 원에 달한다고 해 ‘1조 원의 남자’, ‘일타 오브 일타’로 불린다.

교사들의 분노가 거세게 터져 나오면서 교사가 나온 드라마, 영화가 떠올랐다. 학생, 학부모 등 각자 입장에 따라 교사들의 분노에 대한 생각은 다르겠지만 교사가 처한 상황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이도 적지 않다. 교사는 익숙하면서도 구체적인 모습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직업군 중 하나일 것이다.

과거와 크게 달라진 교사의 현실은 드라마, 영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는 청소년 드라마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교사는 폭력을 휘두르거나 학생들을 차별하는 등 단편적으로 묘사된 경우가 많았다. 유명 대사,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를 남긴 영화 ‘친구’(2001년)가 대표적이다. 담임교사(김광규)가 정신 차리고 공부하라며 학생들을 체벌하기 전, 뺨을 잡아 흔들며 던진 이 질문은 교사에 대한 폭력적 이미지와 함께, 그럼에도 반발할 수 없었던 높은 권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을 지도하기는 어려워지고 학부모를 대하는 건 만만치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전종렬은 수업 시간에 최치열의 강의 교재를 몰래 푸는 전교 1등 학생을 교무실로 불러 야단친다. 하지만 “수업 내용은 중딩 때 다 풀어본 것”이라며 오히려 발끈하는 학생의 모습에 어이없어 한다. 이를 본 동료 교사는 “힘들게 임용고시 준비할 때만 해도 내가 생각한 교사의 위상은 이게 아니었는데…”라며 고개를 젓는다. 이들 장면에 대해 “학교 현장과 진짜 비슷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서울 강남의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국어 교사로 근무하는 고하늘(서현진)이 정교사가 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그린 드라마 ‘블랙독’(2019∼2020년)은 교육자이자 직장인으로서 교사를 두루 조명한다. 기간제 교사가 겪는 차별을 비롯해 업무를 둘러싸고 교사들 간에 벌어지는 팽팽한 기싸움과 경쟁, 그리고 동료애까지…. ‘학교판 미생’으로 불린 이 드라마는 교사를 때론 상처 입고 좌절하면서 성장하는 한 인간으로 그렸다. 극본을 쓴 박주연 작가는 실제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취기가 잔뜩 오른 전종렬은 최치열에게 말한다. “나는 우리 애들 사랑해.” 그리고 농담처럼 덧붙인다. “너 애들한테 그런 맘도 없지?” 스타 강사보다 연봉은 적지만 학생에게 책임감과 애정을 갖고 애쓰는 교사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넌지시 전한다. 계약 기간이 1년인 고하늘은 주저앉고 싶을 때나, 정교사 시험 준비를 하는 틈틈이 학생들을 떠올린다. “내년에 학교로 선생님 만나러 오고 싶어요”라는 고3 학생들은 그에게 “어우, 이쁜 내 새끼들”이라는 말과 함께 웃음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마음 한편에 학생에 대한 정을 지닌 교사를 비추는 이들 장면은 비록 드라마지만 학교 현장의 단면이기도 하다. 교사가 저 너머에 외따로이 있는 존재가 아니라 보통의 인간임을 짚는 작품들은 이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어쩌면 이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많은 이들 사이에 자리한 간극을 좁히는 하나의 시작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손효림 문화부장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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