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특검' 박영수 구속…딸이 받은 돈 '결정타'
가짜 수산업자에 포르쉐 렌터카 받은 혐의로도 기소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국정농단 특검'으로 명성을 얻었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검찰의 두 차례 영장 청구 끝에 구속 피의자 신분이 됐다.
공교롭게도 전 국민적인 지지를 받던 특검 시절에 딸이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받은 돈이 그의 구속 여부를 가른 결정타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법원은 앞서 6월 청구된 첫 구속영장은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으나 이번에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3일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첫 영장이 기각된 이후 박 전 특검의 딸 박모씨가 김만배씨의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얻은 25억원의 성격 규명에 수사력을 모았다.
가족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등 보강수사 끝에 박씨가 2019년 9월∼2021년 2월 다섯 차례에 걸쳐 화천대유에서 대여금 조로 11억원을 받은 사실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했다.
검찰은 특별검사라는 공직자 신분이던 박 전 특검이 딸과 공모해 '50억 약속'의 일부로 11억원을 받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박 전 특검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실제로 수수한 금전의 액수는 8억원에서 19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검찰은 기존 혐의를 보강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감사위원으로 재직하며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약속받고 8억원을 수수했다는 게 혐의 사실의 줄기다.
8억원은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남욱씨에게서 받은 3억원, 같은 해 3∼4월 우리은행의 여신의향서를 발급해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받은 5억원으로 나뉜다.
검찰은 변협회장 선거를 도운 변호사들에게서 박 전 특검의 최측근 양재식 전 특검보를 통해 돈을 받았다는 진술과 관련 문자메시지 등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015년 김만배씨가 박 전 특검에게 5억원을 빌리며 작성한 '자금차용약정서'도 확보해 추가 증거로 제시했다.
약정서에는 '박 전 특검이 원할 경우 화천대유 주식 일부를 담보로 제공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박 전 특검이 주식 배당금 형태로 50억원을 받을 수 있는 '세탁 통로'를 확보했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보강 수사 결과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짐에 따라, 한때 '가장 성공한 특검'으로 불렸던 박 전 특검은 구속 피의자로 급전직하했다.
대검 중수부장을 거쳐 2009년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퇴임할 때까지 검찰 내 대표적인 강력·특수통으로 칼잡이, 재계의 저승사자, 강골 중수부장 등의 별칭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검으로 임명돼 국민적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박근혜 정권의 실세였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30여명을 재판에 넘기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면서 '국민 특검'으로까지 불렸다.
이런 명성은 박 전 특검이 수산업자를 사칭한 김모씨에게 포르쉐 렌터카를 받은 의혹이 불거져 특검팀 출범 4년 7개월 만에 불명예 사퇴하며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는 이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도 받고 있다.
이어 대장동 개발업자들의 금품로비 대상으로 일컬어지던 '50억 클럽'에 이름이 오르면서 2021년 11월과 지난해 1월 두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수사가 더 진전되지 못하면서 형사처분을 면하는 듯했지만 50억 클럽에 함께 포함됐던 곽상도 전 의원이 2월 뇌물 재판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뒤 기류가 변했다.
50억 클럽 수사가 부실했다는 국민적 지탄과 야권의 특검 추진에 검찰은 올해 3월 이 의혹에 대해 전면 재수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이날부터 형사소송법에 따라 최장 20일 동안 박 전 특검을 상대로 대장동 일당의 청탁 전달 과정과 자금 흐름과 성격 등 혐의를 다지고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아울러 이날 구속영장 발부로 50억 클럽의 나머지 '멤버'인 권순일 전 대법관 등에 대한 수사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됐다.
binz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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