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운동 식이요법으로 무너진 몸, 달리기로 되살렸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18년 웨이트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심 씨는 1년여 뒤 대회 출전을 도와주는 피트니스센터로 옮겨 본격적으로 근육을 키웠다. 보디빌딩 생활체육 2급 지도자 자격증도 획득했다. 몸이 급격히 변하는 것을 체감한 뒤 흥미를 느껴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2020년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도 열린 한 보디빌딩 대회에서 여자부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몸 상태는 오히려 나빠졌다. 대회 출전을 위해 근육의 선명도를 높이고 단기간에 근육을 키우려고 6개월 지속한 극단적 식이요법이 결과적으로 문제가 됐다. 그는 “대회가 끝난 뒤 일반식을 먹었더니 몸이 붓기 시작했다”고 했다.
“몸에 이상이 생겨 고생했어요. 몸 좋아지라고 운동을 했는데 오히려 망친 셈이 됐죠. 지속가능한 식이요법을 병행하며 운동을 했어야 했는데 너무 무리한 것 같아요. 귀에서 진물이 나오고 잠도 못 이뤄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은 아주 늦게 받았어요. 골든타임을 놓쳤죠.”
심 씨는 “어지러워 걷기 힘들었다. 소주 3병 마시고 걷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병원에 2주가량 입원하는 등 1년 가까이 치료를 받았다. 의사가 “무조건 많이 움직여야 한다”며 권유한 게 걷기와 달리기다. 마침 홈트레이닝 때 온라인으로 만나다 오프라인으로 모여 함께 운동하던 멤버들도 달리기 시작할 때였다. 2021년 말부터 자연스럽게 함께 달렸다. 달리니 건강이 호전됐다. ‘탑시아’ 러닝크루도 만들었다. ‘욕심부리지 않고 현재를 즐기며 할머니가 돼서도 달리자’는 모임이다. 매주 토요일 새벽 만나 1∼2시간 달린다. 5km부터 시작해 거리를 늘려갔다. 올 3월엔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를 4시간 21분에 완주했다.
“극한의 고통이 있었지만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꼈어요. 보디빌딩 대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죠.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도 아무나 해낼 수 없는 게 마라톤입니다. 저 스스로가 너무 대견했어요.”
3개월 전부터 전문가로부터 제대로 달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3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온라인 카페 ‘오픈케어’에서 제공하는 달리기 실기 교실이다. 오픈케어는 회원들에게 달리기와 마라톤, 철인3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오프라인에서 체계적인 훈련도 시켜주고 있다. 심 씨는 지난달 30일 새벽 열린 오픈케어 오프라인 훈련에 참가해 2시간을 달렸다. 그는 “잘못된 자세로 체력만 믿고 달리다 보면 다칠 수 있다. 그럼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아프면 운동할 수 없고, 운동 못 하면 몸이 아프다. 평생 달리기 위해 제대로 달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살면서 무엇인가에 도전하는 것은 가슴 뛰는 일이다. 하지만 심 씨에게 대회 출전은 절대적인 목표는 아니다. “하나의 재밌는 에피소드”라고 했다.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 보니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했고, 달리다 보니 마라톤 대회에 나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런 에피소드를 만들어 가는 게 즐겁다. 향후 해외 마라톤 대회 출전까지 계획하고 있다. 그는 “언젠가 울트라마라톤, 트레일러닝도 하고 있을 수 있다. 즐거우면 도전하는 게 내 삶의 방식이다. 앞으로 재밌는 게 더 많이 생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여성 전용 순환운동 인터벌 트레이닝 센터에서 파트타임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 심 씨는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 등산을 번갈아 하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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