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 독립기념일…'쿠데타 지지·프랑스 비난' 대규모 시위

유현민 2023. 8. 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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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수장, 군사개입 경고·제재 등 압박에 "굴복 안 할 것"
바이든, 바줌 대통령 석방 촉구…ECOWAS 국방수장회의·사절파견
러시아 국기 든 니제르 쿠데타 지지 시위대 [A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군사정변(쿠데타)이 일어난 니제르에서 3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을 맞아 쿠데타를 지지하고 과거 식민 지배를 했던 프랑스를 비난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프랑스로부터의 독립 63주년을 맞은 이날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서 쿠데타를 지지하는 시민 수백 명이 도심 '독립광장'에 모였다.

시위대는 '자유와 독립', '외세 개입 반대'를 외치며 전날 대국민 TV 연설에서 군사개입 경고와 제재 등 외세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쿠데타 수장에 호응했다.

일부는 러시아의 국기를 흔들었고, 많은 사람은 쿠데타 지도자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외세의 간섭을 비난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니제르, 러시아, 말리, 부르키나파소 만세! 프랑스, ECOWAS, EU 타도!'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시위대도 보였다.

다만 이날 시내 다른 지역에서는 많은 시민이 평소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등 얼마나 많은 국민이 쿠데타를 지지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대통령 경호실장은 전날 TV 연설에서 "그 어디에서 오더라도 그 어떠한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니제르 내정에 대한 어떠한 간섭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데타 주체인 이른바 '조국수호국민회의'(CNSP)는 지난달 26일 쿠데타를 일으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억류했고, 티아니 실장은 같은 달 28일 자신이 새 국가 원수인 조국수호국민회의 의장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 성명에서 축출된 바줌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등 헌정 질서 회복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서아프리카 15개국 연합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도 지난달 30일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경제 제재를 결의하는 한편 니제르가 1주일 안에 헌정 질서를 회복하지 않으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며 압박한 바 있다.

ECOWAS 회원국 국방 수장들이 전날부터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 모여 헌정 회복 시한인 오는 6일 이후 대응책을 모색하는 가운데 세네갈의 외무장관은 이날 ECOWAS가 니제르 군사 개입을 결정할 경우 병력을 보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COWAS는 이날 마무리되는 국방수장회의와 별개로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니제르에 사절을 보냈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국방수장회의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니제르 군부도 서부 접경국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 각각 고위 인사를 보내 지지 세력 결집에 나섰다.

두 나라는 ECOWAS가 군대 동원 가능성을 경고한 이튿날 니제르 군사 개입은 자국에 대한 전쟁 선포로 간주하겠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기니 역시 지난달 30일 별도의 성명으로 "군사 개입을 포함해 ECOWAS가 권고한 제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아프리카의 말리, 부르키나파소, 기니에서는 최근 2년간 쿠데타로 친(親)러시아 군사정권이 잇따라 들어섰다.

서방은 권위주의 체제의 확산과 함께 극단주의 무장세력 소탕의 거점이 사라진다는 점 때문에 이런 추세에 상당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직접 "쿠데타는 위헌"이라며 "니제르의 헌정 질서 회복이 필요하다"고 밝힌 러시아의 입장에도 미묘한 변화 기류가 감지됐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주권 국가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려는 위협이 긴장을 완화하거나 국내 상황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쿠데타 이후 국제사회의 개입 위협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전날 기자들에게 "국가의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국기 든 니제르 쿠데타 지지 시위대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프랑스 정부는 니제르에서 자국민 대피 작전이 이날 종료됐다고 밝혔다.

프랑스 국방부와 외무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5편의 자국 항공기로 프랑스인 577명을 포함해 총 1천79명이 니제르에서 출국했다.

여기에는 니제르에 체류하던 한국인 3명을 포함해 독일, 스페인 등 다른 나라 국민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탈리아인 36명과 미국인 21명, 다른 나라 민간인 등 99명을 태우고 지난 1일 니제르에서 이륙한 이탈리아 군용기도 전날 새벽 로마에 착륙했다.

유럽 일부 국가와 달리 니제르 자국민 대피와 관련해 관망세를 보이던 미국 국무부는 이날 니아메에 있는 자국 대사관에서 비상 인력이 아닌 직원과 가족을 출국하도록 하는 부분 대피령을 내렸다.

영국 외무부도 현지 안전 상황을 고려해 니제르 주재 대사관의 근무 인원을 잠정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등은 미국과 함께 세계 7대 우라늄 생산국인 니제르에 군사 훈련과 이슬람 무장세력 소탕 등을 이유로 군대를 파병하고 있다.

니제르에 있는 프랑스와 미국의 병력은 각각 1천500명, 1천100명 정도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 국가의 군대가 니제르에서 철수한다는 발표는 아직 없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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