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를 사람 더 없자 다른층으로 … 지옥이 된 쇼핑몰
5명 차 치이고, 9명 칼에 찔려
20대 범인은 배달업 종사자
"쇼핑 가기도 두려워" 공포감
윤희근 청장 "사실상 테러"
SNS에 또 살인예고 글 충격
신림역 살인사건에 이어 13일 만에 또다시 '묻지 마 칼부림'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했다. 경찰이 신림역 방범활동에 집중하는 사이 분당 서현역을 택한 20대 초반 남성인 범인은 차로 행인들을 들이받은 뒤 쇼핑몰을 활개 치며 흉기를 휘둘러 무고한 시민 14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이번 범행은 신림역 칼부림 사건의 모방범죄일 가능성이 있으며,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또 다른 테러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3일 경찰과 목격자에 따르면 당시 현장은 공포 그 자체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 공유된 영상에 따르면 범인은 검은색 후드티 복장에 모자를 뒤집어쓰고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흉기를 휘둘렀다.
40대 직장인 문 모씨는 "사람들이 몰려 있길래 처음에는 연예인이 온 줄 알았는데 바닥에 피를 흘리는 남성이 있었고, 한 여성이 의식을 잃은 채로 응급실에 실려가고 있었다"며 "어떤 남성이 1층에서 행인과 직원들에게 칼을 휘두르고 다니다가 찌를 사람이 없자 2층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 박 모씨(17)는 "갑자기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있고 몰려 있어서 너무 무서웠다"며 "평소에도 자주 다니는 곳인데 아직까지 믿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범인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 공격을 가했다. 칼부림 피해자 9명의 성별을 보면 남성이 4명, 여성이 5명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 5명, 40대 1명, 50대 1명, 60대 1명, 70대 1명이다. 부상 정도는 중상 8명, 경상 1명이었으며 피해 부위는 배, 등, 옆구리 자상 등 다양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 59분쯤 '남성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112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해 오후 6시 5분쯤 범인을 검거했다. 경찰은 붙잡은 범인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수사하고 있다. 범인은 경찰에 "불상의 집단이 날 청부 살인하려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범인이 현재 피해망상 등을 호소하고 있어 조현병 등 정신병력과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 중이다.
이번 사건으로 폭력 성향을 가진 일부 사회불만자들의 일탈행위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대 직장인 백 모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일상 속에서 큰 두려움을 느낀다"며 "칼부림 등 사람의 목숨을 노리는 사건을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크게 강화해야 이러한 범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도 사건 발생 직후 윤희근 경찰청장 주재로 긴급 전국 시도청장 영상회의를 열고 이 같은 '묻지 마 범죄'를 "사실상 테러 행위"로 규정하는 한편 다중 밀집 장소에 경찰력을 '즉각적이고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등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 청장은 "이른바 '묻지 마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이 극도로 높은 가운데 유사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매우 엄중하고 위급한 상황"이라며 "그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테러 행위'와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중 밀집 장소에 112 순찰차와 기동대 인력을 투입하고 주민들로 구성된 자율방범대와 야간 합동순찰에 나선다. 폐쇄회로(CC)TV 관제센터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아울러 '신림역 살인 예고' 협박 등 범죄와 관련된 사건에도 수사력을 모아 엄정하게 처벌하기로 했다.
유사한 범죄가 예고되며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4일 오후 6시에서 10시 사이에 수인분당선 오리역 부근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고 경찰도 죽이겠다"며 "칼부림을 하는 이유는 전 여자친구가 그 근처에 살기 때문이다. 너가 아는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어"라고 이유도 밝혔다.
[안병준 기자 / 박나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자격 박탈하라”…베트남 미인대회 우승한 20대女에 무슨일이 - 매일경제
- “스쳐가면 좋은건 줄”…일본 향하는 태풍에 ‘더 센 폭염’ 의아 - 매일경제
- 덥다고 물 벌컥벌컥 “큰일 납니다”…‘이것’ 한스푼 탔더니 효과가 - 매일경제
- “찰스국왕 대관식도 함께 갔는데”…18년만에 파경 캐나다 총리, 왜? - 매일경제
- [속보] 분당 서현역 2인조 난동...차로 행인 치고 칼로 찔러 10여명 부상 - 매일경제
- 흉기난동범은 20대 배달업 종사자 “불상의 집단이 청부살인하려 해서” - 매일경제
- “그랜저·벤츠만 사는 더러운 세상”…‘싸고 좋은 꼴찌車’ 사니 돈 벌었다 [세상만車] - 매일
- 김동연 “양평고속 원안 추진하면 서울-양양고속도로와 연결” - 매일경제
- ‘대프리카’ 대구, 37.5도 폭염에 중앙분리대도 녹아 쓰러졌다 - 매일경제
- 유빈♥권순우 “공개연애 너무 좋아”…볼뽀뽀 자랑한 럽스타그램 [똑똑SNS]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