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잣 막걸리의 최상위 버전을 보고 싶었다”…옥지춘 개발한 우리술 박성기 대표

이복진 2023. 8. 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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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가평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잣이 들어간 막걸리를 오랫동안 빚어오면서 잣 막걸리의 원류를 찾아가고 싶었어요. 가평 잣 막걸리의 최상위 버전을 보고 싶었죠. 마침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조리서인 ‘산가요록’에 잣 막걸리를 빚는 법이 적혀있었고, 그것을 실연한 겁니다.”

국내 잣 막걸리의 대명사인 ‘가평 잣막걸리’의 ㈜우리술이 최근 프리미엄 잣 막걸리 ‘옥지춘’을 내놨다. 옥지춘은 우리나라 최초의 조리서인 조선시대 ‘산가요록’(어의 전순의, 1459년)에서 수록된 66가지의 술 양조법 중 유일한 잣을 이용한 술이다. 최근 서울 사무실에서 만난 박성기 우리술 대표는 “옥지춘을 복원하는 데 10년이나 걸렸다”며 “산가요록에 적혀있는 양조법으로는 한계가 있어 일부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지만 기본 정신은 산가요록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예컨대 산가요록에는 (옥지춘은) 백설기를 끓인 물에 풀어서 밑술로 하고, 찹쌀 고두밥을 덧술로 하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우리술은 멥쌀 고두밥을 밑술로 하고 찹쌀 고두밥을 덧술로 하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전통적인 원형 그대로를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양조용 쌀도 토종벼인 ‘흰베’ 품종을 사용했으며, 토종 누룩(국)과 가평 잣 외에 어떠한 감미도 하지 않았다. 특히 잣에 대해 많은 신경을 썼다. “가평 잣막걸리보다 10배 많은 잣이 들어갔어요. 그리고 직접 손으로 썰어서 식감과 맛을 더했죠.”

박 대표의 말처럼 옥지춘을 맛보면 잣이 씹히는 걸 느낄 수 있다. 심지어 병에 담긴 상태에서도 작게 썰린 잣이 보일 정도다. “옥지춘을 개발할 때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 잣 향이었어요. 잣은 씹어야 식감도 좋고 향이 제일 많이 나죠. 그래서 맷돌로 곱게 간 것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썰어서 식감과 맛을 담았죠. 더욱이 발효가 거의 끝난 시점에 잣을 넣어서 잣의 고소함을 살렸습니다.”

이미 ‘가평 잣막걸리’로 국내 잣 막걸리계를 평정한 그가 굳이 또 다른 잣 막걸리를 내놓은 이유가 궁금했다. 박 대표는 “‘가평 잣막걸리’는 깔끔한 맛에 집중한 막걸리로, 잣을 통해 깔끔함을 준 것”이라며 “완전 발효에 원주가 미세 필터를 통과하기 때문에 숙취도 적다”고 설명했다. 즉, 가평 잣막걸리보다 옥지춘이 더욱 잣의 맛과 향에 집중한 막걸리라는 것이다.

옥지춘을 빚기도 쉽지 않다. 잣을 써는 것은 물론이고 물을 추가로 넣지 않기 때문에 ‘11도’라는 알코올 도수도 맞추기 어렵다. 박 대표는 “산가요록에 ‘처음부터 끝까지 절대 날물이 들지 않게 조심해야 하며’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발효가 끝난 막걸리에 물을 타지 말라는 뜻”이라며 “그러다보니 물을 추가해서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알코올 도수가 10도 이하이거나 12도 이상이면 모두 ‘불량품’이 된다”고 덧붙였다.

옥지춘은 기존 방식과 다르게 빚기 때문에 맛도 무척 다르다. 잣의 향과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장점이지만, 신만이 강하다는 단점도 있다. 박 대표도 이러한 점을 알고 있지만, 산가요록에 기술된 방식으로 빚으면 어쩔 수 없다.

“원형대로 빚으면 신맛이 날 수밖에 없어요. 잣의 고소함이 있어서 신맛이 중화된다고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저희도 더욱 연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옥지춘은 현재도 꾸준히 변화 중이다. 아니 발전 중이다. 11도의 막걸리로는 높은 알코올 도수(통상 4∼6도), 그리고 700㎖는 적지 않은 용량. 

박 대표는 “현재 플라스틱병에 담긴 옥지춘은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유리병으로 바꾸고, 맛이 진하고 알코올 도수가 높기 때문에 용량도 줄이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프리미엄 잣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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