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해병대 수사단과 ‘관할권’ 마찰…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축소 시도’ 의혹

유새슬 기자 2023. 8. 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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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해병대가 자체 수사 결과 경찰 이첩하려 하자 제동
‘군기 위반’ 사건 회수…해병대 수사단장 해임 ‘초유의 사태’

국방부와 해병대 수사단이 채수근 해병대 상병 순직 사고의 수사 관할권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해병대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자체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려 하자 국방부가 제동을 걸었고, 해병대 수사단장이 보직해임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진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수사단 결론이 유의미하다는 해병대와 책임 소재 범위를 줄이라는 국방부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해병대는 지난 2일 경북경찰청에 자체 조사 자료를 제출했는데 국방부 검찰단은 이것이 ‘군기 위반’이라며 사건을 회수했다. 해병대 측은 하루 지난 이날 언론 보도를 통해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가 문제 삼은 것은 해병대가 제출한 자료의 내용이다. 해병대는 사실관계뿐 아니라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과 각각의 혐의 내용을 적시했다. 국방부는 사실관계만 담으라는 지시를 해병대 측에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해병대 수사단은 독립 수사기관이라는 이유로 응하지 않았고 국방부 검찰단이 ‘군기 위반’을 지적하며 사건을 회수한 것이다. 사건이 회수된 2일 해병대 수사단장은 보직해임됐다. 보직해임 권한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있지만 상급 기관인 국방부 지시에 불응한 데 따른 국방부 차원의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해병대가 혐의자와 혐의 내용까지 경찰에 넘기면 향후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서 회수한 해병대 수사단의 자료도 혐의 관련 내용은 삭제하고 다시 경북경찰청에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가 경찰로부터 사건을 회수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해병대는 지난달 31일 자체 조사 결과를 언론에 설명하려 했는데 브리핑이 예고 한 시간 전에 돌연 취소됐다. 군이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면 향후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반면 이첩 자료가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해병대의 조사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제가 잘못됐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사건과 관련한 책임 범위를 좁히라는 국방부의 지시에 해병대 수사단이 응하지 않아 사건 회수와 수사단장 보직해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방부의 해병대 ‘패싱’ 시도는 지난달 31일 해병대 브리핑 취소 상황에서도 확인됐다. 해병대는 사흘 앞선 28일 브리핑 계획을 언론에 공지하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도 보고했는데 31일 오후 2시 브리핑을 앞두고 오전 11시에 국방부로부터 돌연 브리핑 취소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브리핑 취소는 이 장관의 지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채 상병 순직과 관련해 해병대는 “해병대 단결을 저해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임의대로 제공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모습을 방관할 수가 없음”이라고 내부에 전파하는 등 ‘입막음’ 정황도 확인됐다. 국방부가 해병대의 사건 처리 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도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국방부가 경찰에 해병대의 ‘군기 위반’을 이유로 사건을 회수한 것 자체가 오히려 추후 경찰 수사에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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