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맞고 싶냐” “임신 시킬까” “골프채로 머리를” …억장 무너지는 교사들

한상헌 기자(aries@mk.co.kr), 문가영 기자(moon31@mk.co.kr) 2023. 8. 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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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 교권침해 사례 공개
무분별한 학부모 민원제기
학생 폭행·폭언·성희롱 심각
“수업방해 학생 즉시 제재 등
실질적 방안 마련해야” 주장
3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 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들이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북 지역 초등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이 자해로 얼굴에 멍이 들었는데 학부모는 교사 A씨가 아동학대를 했다고 신고를 했다. 학부모는 무혐의 처분이 나오자 교사가 학생을 화나게 해서 자해를 했다고 재신고를 했다.

#경기 치역 초등학교의 교사 B씨는 체험학습 중 간식을 사 먹을 돈이 없어 밥을 사달라고 하는 학생에게 밥을 사줬다. 그러자 학부모는 아이를 거지 취급했다면서 사과와 함께 정신적인 피해보상을 하라고 요구했다.

#경기 지역 초등학교의 교사 C씨는 신용카드 영업을 하는 학부모를 만나 상담을 하다가 신용카드를 새로 만들라는 권유를 받았다. C씨는 신청서를 쓸 때까지 교실에서 안 나가겠다고 하는 협박에 결국 가입했지만 신용카드를 안 쓰고 버려야 했다.

이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접수한 교권침해 사례들 중 일부다. 교사들이 교권침해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총은 교권 침해 접수가 1만1600여건 집계됐으며, 아동학대 등 악성민원과 학생과 학부모 등의 수업방해와 폭언·욕설 등 교권침해 사례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즉각 제지할 수 있도록 교원의 생활지도 행위를 구체화해달라고 요구했다.

3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달 25일부터 9일간 온라인으로 접수한 교권침해 사례가총 1만1628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사례 가운데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악성 민원을 제기한 경우가 57.8%(6720건)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전체의 71.8%(8344건)로 학생에 의한 침해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아동학대 등 악성민원과 업무방해 사례엔 학부모가 아이가 학교에서 다쳤다는 이유로 차로 등교시켜 줄 것을 요구하거나 돈을 빌린 사채업자에게 교사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 학생들의 폭행과 폭언 등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한 학생은 발표하기 싫다고 커터칼을 꺼내며 협박하거나 다른 학생은 교사에게 “골프채로 대XX(머리)를 쳐버리고 싶다”등의 폭력적인 언행과 욕설을 서슴지 않있다.

학교를 찾아온 학부모들의 폭언도 상상 이상이다. 사례엔 “내가 조폭이다. 길 가다가 칼 맞고 싶냐,” “내 말 무시하면 다 죽이겠다,” “당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자를 수 있다” 등의 발언이 접수됐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선생님 결혼 안 했으면 우리 삼촌이 상담하러 간다고 한다,” “선생님 임신시키고 싶다,” “선생님 수영복 입은 모습이 상상된다”고 말하는 등 성희롱과 성추행성 발언도 심각했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이날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교권보호를 위한 5대 정책과 30대 과제를 제시했다. 5대 정책으로는 수업방해·교권침해 등 문제행동에 대한 학생 대책,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학생의 학습권·교원의 교권보호 대책,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악성 민원 대책, 학교폭력예방법 조속 개정, 교권보호 여건·학교환경 개선 등을 요구했다.

교총은 세부 과제로, 수업 방해 학생을 즉각 교원이 제지할 수 있도록 교실 퇴실 등 실질적 제재를 담은 내용을 이번달 발표될 교육부 고시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기능을 지역교육청으로 이관·강화하고, 학생생활기록부에 전학·퇴학·학급교체 등의 교권 침해 가해 사실을 기록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또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만으로 경찰과 지자체 수사, 직위 해제나 담임 교체를 감내해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직위해제를 신중하게 하도록 하고, 신고자의 허위 사실이 명백할 경우 피해 교원이 요청하면 무고 또는 업무 방해로 고발할 수 있게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권침해 학부모에 대해서도 교원지위법을 개정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고발할 수 있게 하고, 지역교육청 콜센터 등 단일화된 민원창구를 개설하며 교원 개인 전화 비공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민원 차단 등도 주장했다.

학생의 교권침해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등 교권침해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설문 결과도 발표됐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교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원 90%가 교육활동 침해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교원 69.1%가 학생부 기재에 ‘매우 찬성한다’고 응답했고, 20.9%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3~16일 전국 1315개 유치원과 학교에 재직 중인 2만2084명의 교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지난 5~9일 학부모정책 모니터단 학부모 1455명이 응답했다.

특히 교원 과반수는 모든 교육활동 침해 조치사항을 최초부터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는 등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 교육활동 침해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한다면 어떠한 방법이 적절한지를 묻는 말에 ‘모든 침해 조치사항을 최초부터 기재’가 적절하다는 응답이 62.8%로 가장 많았다. 학부모의 경우 75.6%가 교육활동 침해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에 찬성했다. 다만 학생부 기재 방법에 대해서는 ‘중대한 침해 조치사항만 최초부터 기재(전학·퇴학 조치만 기재)’가 적절하다는 응답이 37.7%로 가장 높았다.

교권침해 증가 원인에 대해서도 교원과 학부모의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교원은 엄격한 처벌과 현장의 대응 규정 미흡을 지적했지만, 학부모는 예방 교육·예방 시스템 부족, 보호자의 합리적인 민원 처리시스템 부족 등 교육환경을 이유로 꼽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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