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월드컵] 5년 전 '카잔의 기적' 떠올리게 한 벨호의 '독일전 분전'
여자 대표팀도 독일과 비기며 국제 무대 경쟁력 확인하는 성과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3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를 지켜본 축구 팬들이라면 누구나 '진작 좀 잘하지' 하는 아쉬운 마음을 털어내기 어려웠을 터다.
FIFA 랭킹 17위 한국은 이날 2위인 독일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고 전반 대부분의 시간을 앞서는 등 팽팽히 맞선 끝에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날 독일을 무려 5골 차로 이겨야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16강 진출이 사실상 좌절되고서야 나온 '뒤늦은 분전'이었던 셈이다.
독일이 조별리그 1차전에서 모로코(FIFA 랭킹 72위)를 무려 6-0으로 대파한 결과와 간접 비교하면 아무래도 우리가 모로코에 0-1로 패한 결과는 더욱더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우리 선수들이 콜롬비아(FIFA 랭킹 25위), 모로코와 1, 2차전에서 제 기량을 발휘했더라면 충분히 목표로 삼았던 16강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라는 후회가 드는 결과가 됐다.
특히 한국의 이날 독일전 선전을 응원하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한국과 독일의 조별리그 3차전을 떠올린 축구 팬들이 많았을 터다.
당시 신태용 감독이 이끈 우리나라 남자 대표팀은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2연패를 당했고, 3차전에서 독일을 상대하게 됐다.
독일은 직전 월드컵이었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이었으나 멕시코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뜻밖에 0-1로 패해 1승 1패인 상황에서 한국을 상대했다.
그때의 독일도 한국을 꼭 이겨야 16강에 자력으로 올라갈 수 있었고, 한국은 독일을 꺾더라도 16강행이 쉽지 않았던 점이 올해 여자 월드컵과 닮았다.
독일이 비록 멕시코와 1차전을 졌지만 이미 2패를 당한 한국에 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김영권, 손흥민의 연속 골로 독일을 2-0으로 꺾는 '대이변'을 만들어냈다.
당시 경기가 열렸던 러시아 도시 카잔의 이름을 붙여 축구 팬들은 '카잔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한국이 독일을 꺾은 덕분에 16강에 오르는 행운을 누린 멕시코 팬들이 한국에 감사의 뜻을 표하는 뜻밖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여자 대표팀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은 비록 콜롬비아와 2차전에서 1-2로 졌지만 앞서 출전한 8차례 여자 월드컵에서 8강이 가장 나쁜 성적일 정도로 전통의 강호다.
한국을 1-0으로 물리친 모로코를 조별리그 1차전에서 6-0으로 신나게 두들긴 팀이 바로 독일이었다.
이겨야 자력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는 독일이 정신을 차리고 경기에 임한다면 우리나라가 큰 점수 차로 패하는 망신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뚜껑을 열자 한국이 오히려 독일을 괴롭히는 2018년 남자 월드컵과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조소현이 전반 6분 선제골을 넣고 기선을 제압했고, 독일은 전반 42분 알렉산드라 포프의 헤더로 1-1 균형을 맞췄으나 이후 포프의 제공권에만 기댄 단조로운 공격으로 일관했다.
그러자 콜린 벨 한국 대표팀 감독이 키 182㎝의 공격수 박은선(서울시청)을 포프 수비수로 기용하는 용병술을 발휘해 독일의 남은 희망을 꺾어놨다.
여자 대표팀의 이날 결과는 승리까지 챙기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카잔의 기적'에 빗대어 '브리즈번의 기적'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케이시 유진 페어(PDA), 천가람(화천 KSPO) 등 젊은 선수들을 선발로 기용하며 다가오는 아시안게임과 2024년 올림픽, 다음 월드컵 등 미래를 향한 희망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전차군단 독일과 동반 탈락했다'는 인연이 더해졌지만, 세계적인 강호를 상대로 대등하게 싸우며 경쟁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우리 선수단은 '브리즈번에서 찾은 희망'을 안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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