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반도체 천재가 이끄는 스타트업에 642억원 투자
애플 아이폰·테슬라 자율주행 반도체 등 설계한 짐 켈러와 손잡아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 확보 위한 결정”…로보틱스·항공 분야도 협력
현대자동차그룹이 천재적인 반도체 설계자가 이끄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에 5000만달러(약 642억원)를 투자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AI, 반도체,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분야 투자를 넓혀가고 있다. 전기차로의 전환기를 맞은 상황에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중심축을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 등 다방면으로 옮겨 가는 모습이다.
현대차·기아는 3일 텐스토렌트 투자 소식을 전하며 “전자장비로 변모하는 자동차를 비롯해 모빌리티 산업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텐스토렌트는 최근 1억달러 투자금을 모집했고 현대차그룹이 절반을 맡았다. 현대차가 3000만달러, 기아는 2000만달러를 각각 투자했다.
텐스토렌트는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두고 있다. 반도체 설계 분야 권위자로 인정받는 짐 켈러가 최고경영자(CEO)다. 애플 아이폰의 ‘A칩’, AMD의 PC용 중앙처리장치(CPU) ‘라이젠’, 테슬라의 자율주행 반도체 등을 설계한 인물이다. ‘천재 반도체 설계자’ ‘반도체 마법사’ 등 별명이 붙어 있다.
현대차그룹이 텐스토렌트에 투자한 이유는 자동차 산업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자동차 내 장비는 단순한 기능만을 담당했지만, 전기차 및 미래차는 스마트폰 혹은 컴퓨터 수준 기능을 차 내부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 예로 자율주행을 하기 위해선 수준 높은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다. 도로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에 대해 순식간에 자동차가 스스로 정보를 수집, 해석하고 즉시 결정해야 하는 복잡한 연산 과정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특히 두 업체는 차량용 반도체는 물론이고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분야에서도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흥수 현대차그룹 GSO담당(부사장)은 “텐스토렌트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최고의 파트너”라며 “미래 모빌리티에 최적화하면서도 차별화된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외부 업체와의 반도체 협업 체계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AI 혹은 반도체 회사에 대한 꾸준한 투자 및 협력을 추구해왔다. 2015년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와 커넥티드카 기술개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같은 해 자율주행 업체인 미국 오로라와 레벨4 수준의 도심형 자율주행 시스템 상용화 협력 계약을 맺었다.
2018년에는 미국 AI 스타트업인 퍼셉티브 오토마타에 전략투자를 했고, 2020년에는 AI 로봇 업체인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보스반도체에 전략적 투자를 했고, 자율주행 회사인 포티투닷을 인수해 계열사로 두고 있다. 포티투닷 송창현 대표(현대차 TaaS본부장)는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네이버랩스 대표를 지낸 정보기술(IT) 전문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AI, 소프트웨어 제어차량(SDV) 등 미래 기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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