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도 학부모 민원에 여교사 사망...순직 처리도 안 돼

이동준 2023. 8. 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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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지속적인 항의 이어져
지난달 20일 오후 신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 추모행사에서 추모객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광주에서 50대 초등 여교사가 학부모의 민원 전화를 받고 쓰러져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 교권보호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뉴스1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광주 한 초등학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았던 50대 여교사 A씨가 학부모의 민원 전화를 받고 쓰러졌다.

1교시 시작을 앞두고 학부모의 전화를 받은 A씨는 10분 뒤 어지러움을 호소하다 쓰러져 입원했으나 7월20일쯤 뇌출혈로 사망했다.

A씨에게 별다른 지병은 없었다.

동료 교사들에 따르면 당시 학기초부터 A씨 학급 한 학생이 수업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으로 행동하면서 갈등이 있었다.

A씨가 “계속 이러면 우리 반에 있을 수 없다”며 학생을 꾸짖었고 이후 학부모의 지속적인 항의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동료 교사는 “‘금쪽이’처럼 행동하는 학생을 이끌고 가려고 계속 지도를 하다가 화를 냈는데, 이 말이 빌미가 돼서 항의 전화와 방문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A교사는 교실에서 숨진 것이 아니라 순직 처리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도 A교사의 죽음과 관련, 학부모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처럼 교권침해의 개연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망한 A교사를 두고 주변 교사들은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한 교사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30년 넘게 교직에 계시면서 학교 운영에 적극 참여한 열정적인 교사가 한순간에 사망하고도 왜 죽었는지, 누구 잘못인지 확인하지도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서울 서이초 교사의 사건에도 불구하고 교육 현장에서는 입증하기 어려운 교사들의 고통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측에 A교사 사망 이후 사망 원인을 규명하거나 교권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했는지 문의했으나 학교 측은 답하지 않았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자료를 취합한 결과 2018년부터 지난 6월 말까지 공립 초·중·고 교원 100명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졌다.

초등 교사가 57명으로 가장 많고 고등 교사 28명, 중등 교사 15명 순이었다. 광주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근 교권침해가 증가한 주요 원인으로 교사 4명 가운데 1명은 침해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처벌이 미흡한 점을 꼽았다.

교권침해 학생의 처분 결과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에는 90%가 찬성했다.

교육부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특수학교 1천315곳에 재직 중인 교원 2만2천8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서 2년 차 교사가 숨진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인 지난달 3∼16일 실시됐다.

교권침해 사례가 증가하는 이유(3가지 복수선택)로는 응답자의 25.0%가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생·학부모에 대한 엄격한 처벌 미흡'을 꼽았고, 23.8%는 '교권에 비해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를 지적했다.

이어 교원의 직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형사법적 판단(15.9%), 교권침해에 대한 학교생활기록 미기재 등 관련 제도 미흡(8.0%), 생활지도 등 현장의 대응 규정 미흡(7.0%)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먼저 강화해야 할 것(2가지 복수응답)으로는 관련 법령 및 제도 강화(47.6%)와 예방 시스템 마련(32.2)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그런가 하면 응답자의 90.0%는 교권침해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에 찬성했다. 찬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5%에 불과했다.

기재 방법으로는 '모든 교권침해 조치 사항을 최초부터 기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62.8%로 압도적이었고, 전학·퇴학 등 '중대한 조치 사항만 최초부터 기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17.4%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 교사의 97.7%는 학생 간의 다툼을 말리거나 불량한 수업 태도를 지도하는 등 정상적인 교육 과정에서 아동학대 신고를 받는 사례 때문에 교육활동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할 방안으로는 아동학대처벌법 등 개정(44.6%)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교사들은 이 밖에도 학교 규정과 '악성 민원'에 대한 학부모 연수를 의무화하고, 학교장이 학부모에게 상담을 요청하면 학부모가 응하도록 하는 제도나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학생을 전문가 진단에 따라 분리해 교육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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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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