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원폭 희화화’ 두 번 우는 피폭 생존자
일본 나가사키 원폭 자료관
‘난징 대학살’ 삭제 움직임
피폭 단체 “가해 부정 안 돼”
‘바비’ 핑크빛 버섯구름엔
“고통 소비하지 말라” 항의
일본 나가사키시가 원자폭탄 자료관 전시를 변경하는 작업을 추진하면서 ‘난징 대학살’ 등 전쟁 가해의 역사를 삭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피폭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의 개봉을 환영하는 일부 누리꾼들이 원폭을 희화화하는 듯한 합성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피폭 생존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2일 니시닛폰신문 등에 따르면 나가사키시는 오는 2025년 원폭 80주년을 앞두고 히라노마치에 있는 ‘나가사키 원폭 자료관’의 전시를 대대적으로 변경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자료관 운영심의회의 한 위원이 “난징에서의 대학살은 없었다”며 관련 내용을 삭제하자고 건의해 논란이 됐다. 자료관 측은 1996년 개관 때부터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연표에 일본이 저지른 난징 대학살을 기재해왔다.
심의회 내부의 이 같은 목소리는 우익단체인 ‘나가사키 원폭 전시 시민모임’의 주장에 사실상 호응한 것이다. 앞서 이 단체는 “(원폭 자료관은) 반핵을 호소하는 장소인데, 일본의 가해 행위를 언급하면 원폭 투하의 정당화로 연결될 수 있다”며 일본의 전쟁 가해 내용들을 삭제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최근 일본의 교과서에도 ‘난징 대학살’ 대신 ‘난징 사건’이라 언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난징 대학살은 1937년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이 약 6주 동안 대량학살과 성폭행, 방화 등을 저질러 20만~30만명의 중국인이 잔인하게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이에 피폭 생존자나 피폭 2세 등으로 이뤄진 13개 단체들은 전시 내용의 유지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최근 전시관 측에 잇따라 제출했다. 이들은 “일본군 전투 기록이나 증언 등을 살펴보면 난징 대학살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일본의 가해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국제사회도 일본이 왜 원폭 피해를 입게 됐고, 핵폐기를 호소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자료관 측이 심의위원 공모 당시 가해 역사도 함께 표기해야 한다고 강조한 인물을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일본 내 원폭 피해자들은 올해 원폭 78주년을 앞두고 국내외에서 뒤숭숭한 소식들을 접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바비인형을 소재로 한 영화 <바비>와 핵무기 개발에 관한 영화인 <오펜하이머>가 흥행 조짐을 보이자, 일부 누리꾼들이 두 영화의 이미지를 합성한 게시물을 SNS에 올려 논란이 됐다.
문제의 게시물들은 핵폭발로 인한 버섯구름을 핑크빛으로 묘사하는가 하면, 영화 속 주인공 ‘바비’가 핵폭발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는 사진들을 담고 있다. <바비> 영화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는 공식계정에서 “추억에 남는 여름이 될 것”이라며 이 같은 게시물을 반겨 논란을 더 부채질했다.
이에 ‘핵정책을 알고 싶은 히로시마 청년유권자 모임’ 등 일본 내 반핵 단체들은 “원폭 투하 사실과 피폭자들의 고통을 소비하지 말라”며 배급사에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워너브러더스 저팬’은 “미국 본사에 마땅한 대응을 요구했다”며 사죄의 뜻을 표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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