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신용등급 강등 파장…피치 “의회 난동도 영향”
재정 적자 확대 우려와 함께
트럼프 지지자들 폭동 꼽아
바이든 정부, 피치 비판 속
‘트럼프 강등’으로 지칭해
뉴욕 등 세계 증시 혼조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하면서 뉴욕 증시는 물론 세계 시장에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피치가 강등 배경 중 하나로 미 ‘의사당 폭동’ 사건을 지목하면서 정치적 파장도 예상된다.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법원에 출석할 예정인 가운데, 조 바이든 정부는 전임 트럼프 정부에 신용등급 강등의 책임을 돌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피치 발표 다음날인 2일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지난달 뉴욕 증시는 예상보다 좋은 기업 실적과 경제 연착륙 희망에 강세로 마감했지만 미 신용등급 강등에 발목을 잡혔다.
다만 미 신용등급 강등 충격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높다. 2011년 또 다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조정했을 당시 미 증시는 15%가량 급락하고 코스피도 22%가량 빠졌던 것에 비해 이번 피치 발표가 시장에 미친 충격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표 이틀째인 3일 아시아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42% 하락한 2605.39로 장을 마감했지만,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16% 상승한 920.32에 거래를 종료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장 대비 1.68% 하락한 32159.28에 장을 마쳐 전날 낙폭(2.30%)에 비해 완화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서머랠리’(여름 강세장)가 이어지던 아시아 증시가 피치 발표에 즉각 흔들리자 AJ벨의 투자분석 책임자인 레이스 칼라프는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다른 나라도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있다”며 “피치 결정이 전 세계 시장을 얼마나 괴롭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등급 강등은 미국 정치권 내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피치의 수석 이사인 리처드 프랜시스는 전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강등 배경으로 미 정부 재정적자 확대 우려와 함께 1·6 의사당 폭동을 거론했다. 2021년 1월6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불복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사건이 미 정치환경 양극화를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피치는 이번 결정을 앞두고 미 재부무와의 면담에서도 의사당 난입 사건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정부는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의식하며 연일 피치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피치 결정에 대해 “자의적”이라며 공개 비판한 데 이어 케빈 무노스 바이든 대선캠프 대변인은 이번 강등을 ‘트럼프 강등’으로 지칭했다. 그는 NBC방송 등에서 “이번 ‘트럼프 등급 강등’은 극단적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슬로건)의 직접적 결과”라면서 “트럼프는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했으며,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재앙적 감세로 적자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미 정부가 파산할 확률은 극히 낮다고 내다봤다. 다만 신용등급 하락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LPL파이낸셜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궁극적으로 적자를 억제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낮아질 정도로 세금이 인상될 것”이라며 “미국 경제의 엔진인 소비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WSJ는 피치의 경고가 경제 용어인 ‘회색코뿔소’ 상황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회색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로 인해 사회가 인지하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뜻한다. 미 정부 재무 상황이 당장은 위험해 보이지 않지만, 조정능력을 상실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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