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돌보는 치매…환자 고립감·가족 부담 낮춘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1동에 사는 오모씨(74)는 수년째 치매와 싸우고 있다. 혼자서는 거동이 어려워 가족이 모두 나간 낮에는 집 안에서만 지낸다. 지난 5월 영등포구에서 이웃 봉사자를 연결해주기 전까지는 집 밖 풍경 보기가 쉽지 않았다. 오씨는 “매주 봉사자 방문 날에는 휠체어 산책을 하거나 장을 보러 나가 한결 낫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늘면서 이들을 관리·치료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지역사회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일상 속 돌봄으로 가족 부담을 줄이고 조기 진단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노원구는 동네 카페와 함께 전국 첫 ‘치매카페’를 조성해 오는 9월부터 운영한다고 3일 밝혔다. 치매카페는 65세 미만 치매 진단을 받은 주민들이 주문받기, 매장 관리 등을 맡는 가게다. 노원구 관계자는 “일본 도쿄에 치매 환자와 가족을 환대해 이웃이 이들을 친근하게 받아들일 기회를 만드는 카페 사례를 참고해 한국형으로 적용했다”며 “환자 고립감을 해소하고, 치매 진행을 늦추는 효과도 기대 중”이라고 했다.
가족 부담을 지역사회가 나누는 장치도 구상되고 있다. 영등포구는 24시간 환자를 지켜봐야 하는 보호자가 부재중일 때 대신 돌봐줄 치매어르신봉사단을 꾸렸다. 대가가 없는 봉사활동이지만 지난달 기준 주민 696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강동구는 가족이 환자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찾아가 최소 6시간에서 최대 64시간까지 재가돌봄을 제공한다.
노인요양시설이 주로 서울 외곽에 있는 점을 감안해 서초구는 신원동 일대에 치매 관리 거점 역할을 할 복합복지타운을 준비 중이다. 35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요양시설과 함께 보건지소를 설치하고 치매 특화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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