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가마솥더위…‘생존 체험 현장’이 된 세계잼버리

김경호 2023. 8. 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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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낮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가마솥더위에 연일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대회 일정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3일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개영식에서 139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108명은 온열질환자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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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위 준비 상황 태부족
“중증 환자 없다”는 안일한 인식 빈축
“목숨이 달린 상황, 일정 축소해야”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내 잼버리 병원 앞에 119 구급대가 대기하고 있다.부안=연합뉴스
 
한낮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가마솥더위에 연일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대회 일정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3일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개영식에서 139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108명은 온열질환자로 파악됐다. 개영식이 늦은 오후에 열렸음에도 한낮 뜨거운 햇볕에 지친 참가자들이 공연 도중 무더기로 어지럼증을 호소한 것이다. 이는 전날 오후 10시 기준이며 자정 기준으로 집계하면 환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현장에 있던 119구급대원은 "갑자기 너무 많은 사람이 쓰러져 비상이 걸렸다"며 "차량 30대를 배치했는데 환자가 너무 많아서 타지역 구급대를 급하게 추가로 배치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1인 전북 부안군 하서면 행사장 일부가 물에 잠겨 있다.부안=연합뉴스
최창행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전날 개영식에서 발생한 온열환자는 108명"이라며 "다만 두통, 복통, 근골격계 손상 등의 유형을 포함하면 개영식 관련 환자는 모두 139명"이라고 밝혔다.

최 사무총장은 "오늘 오전 9시 기준 잼버리 내 병원에 환자 2명이 남아 있다"며 "온열질환 예방과 대응을 위해 30명의 의사, 60명의 간호사 인력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의료진 확보에 더해 기존 70개였던 병상을 최대 220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이어 최 사무총장은 "폭염 속에서 대회 참가자뿐 아니라 의료진도 지칠 수 있으니 냉방장치를 추가로 설치하겠다"며 "중증의 온열환자가 발생하면 원광대병원, 군산의료원, 전북대병원 등 5개 협력병원으로 후송할 수 있는 의료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막을 사흘 앞둔 29일 대회 행사장에 텐트에서 외국인 참가자들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부안=뉴시스
대회를 총괄하는 조직위원회는 미숙한 준비와 운영을 인정하지 않고 참가자의 ‘스카우트 정신’만 줄곧 강조하고 있어 추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잼버리가 열리는 야영장은 새만금 매립 당시부터 농어촌 용지로 지정된 곳이어서 물 빠짐이 용이하지 않은 데다, 숲이나 나무 등 그늘을 만드는 구조물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거기에다가 무덥고 습한 날씨에 창궐한 모기떼 등 각종 벌레에게 물려 병원을 찾는 대원들도 속속 집계되고 있어 대회 내내 해충 피해 또한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오래된 화장실과 샤워실, 탈의실 수도 모자란 데다, 일부 시설은 천으로만 살짝 가려놓은 수준이어서 대원들이 이용을 꺼린다는 참가자 학부모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행사장 내 편의점에서는 폭염을 틈타 시중보다 비싼 가격에 얼음을 판매한다는 목소리도 있고, 대원들에게 지급된 달걀 등 식재료는 무더위에 상하거나 곰팡이가 피어 먹을 수 없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에 참가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난 1일 수돗가에서 물을 적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조직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나온 온열질환자는 모두 경증 환자이며, 중증 환자는 단 한 명도 없다"며 "훈련받은 운영요원과 지도자들이 청소년 대원들 옆에서 건강을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약처와 함께 식품 위생을 확인하고, 편의점 폭리에 관해서는 조사를 거쳐 그런 일이 없도록 조처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역 노동·환경단체는 참가자 안전을 위협하는 대회 일정을 축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북녹색연합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폭염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4만3000여명의 청소년과 자원봉사자, 대회 관계자의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 대회 강행은 너무나도 무모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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