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서현역서 ‘묻지마 흉기난동’… 차량 돌진 후 범행 ‘14명 부상’

김주영 2023. 8. 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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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도 위 시민들 덮쳐
쇼핑몰 들어가 무차별 난자
경찰, 20대 초반 용의자 체포
전국 시·도경찰청장 긴급 회의
참혹한 범행 여파 서현역 일대 혼란
시민·경찰·취재진 뒤엉켜 아수라장
사건 초기 “범인 여러 명” 목격담 돌아
경찰선 20대 용의자 단독 범행 추정
전문가 “신림역 사건이 촉발제” 평가
“칼 쓴 수법·공공장소 선택 모방한 듯”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 ‘묻지마 흉기·차량 난동’이 벌어져 시민 10여명이 다쳤다. 용의자는 차를 몰고 인도의 행인들에게 돌진해 들이받은 뒤, 지하철역과 이어진 백화점으로 들어가 마구잡이로 흉기를 휘둘렀다.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진 지 2주 만이다. 다수의 사상자를 내는 반(反)사회적 묻지마 범행이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55분쯤 서현역 인근에서 ‘불상의 남성이 사람들을 마구 찌르고 다닌다’는 112신고가 잇따랐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오후 6시5분쯤 용의자로 추정되는 20대 초반 A씨를 범행 현장 근처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경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행인들을 연달아 치었고, 이후 사고 충격으로 차량이 멈추자 서현역과 이어진 AK플라자로 들어갔다. 그는 AK플라자 1∼2층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흉기 난동을 벌였다.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시민 9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3명이 중상을 입고 응급실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에 들이받혀 다친 시민은 5명이라고 한다.

참혹한 현장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으로 부상을 입은 피해자들이 긴급 출동한 119구급대원과 다른 시민들로부터 응급 처치를 받고 있다. 트위터 캡처
사건 발생 당시 폐쇄회로(CC)TV로 추정되는 영상을 보면 검은색 후드티 복장에 모자를 뒤집어쓰고 선글라스와 마스크까지 착용한 A씨는 손에 흉기를 든 채 시민들에게 달려들었다. 한 여성이 뛰어서 도망치자 뒤쫓는 장면도 담겼다.

그는 여성이 방향을 틀어 달아나자 그 앞에 있던 다른 남성의 등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곧이어 다른 범행 대상을 찾는 듯 두리번거렸다. 이번 범행이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노린 묻지마 범행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서현역 일대는 평소 많은 시민이 오가는 곳이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를 조사 중이다.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고 있는 대신, 피해망상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현장 주변에서는 “범인이 여러 명”이라는 목격담이 돌기도 했으나, 경찰은 일단 A씨가 단독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보고 있다.
쫓기는 시민들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소재 한 대형 백화점 1층에서 검은색 후드티 복장에 모자를 뒤집어쓰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가운데)이 몸을 피하려는 시민들을 쫓아가며 흉기를 휘두르고 있다. 트위터 캡처
이날 오후 7시20분쯤 찾은 서현역 일대는 참혹했던 범행의 여파로 혼란이 지속되고 있었다. 서현역에서 AK플라자로 나가려는 시민과 현장을 통제하려는 경찰, 현장을 찍으려는 취재진, 구경하러 온 시민들이 뒤엉켜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범행 현장인 1·2층은 아예 출입이 통제됐다.

시민들은 사건 당시 영상과 사진을 공유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 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서현역 가지 마세요. 사람들 칼 맞고 난리 났습니다”라는 등의 글과 함께 사진·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흉기 난동의 피해자로 보이는 시민이 백화점 바닥에 누워 있고, 다른 시민들이 둘러싼 모습, 119 대원들이 부상자를 살피는 모습, 폴리스라인이 쳐진 모습 등이 담겨 있다.

더욱이 용의자가 흉기를 휘두르기 전에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들이받았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테러 수준’의 범행에 난생처음 겪는 공포를 느꼈을 것으로 점쳐진다. 사건 당시 범행 현장에 있었다는 한 시민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검은 옷에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칼날이 50∼60㎝인 흉기를 쇼핑몰(AK플라자) 1층, 2층에서 휘둘렀다”고 생생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청은 이날 오후 8시 전국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를 열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에 이어 묻지마 흉악범죄가 또 발생하자 유사한 범죄를 사전에 차단·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보고 회의를 소집했다. 윤 청장은 “개인적 원한에 의한 전통적인 범죄와 달리, 일련의 사건들은 그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범죄와 궤를 달리한다”며 “사실상 ‘테러 행위’와도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현역 사건과 관련해선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진행해 달라”며 “(용의자 A씨에 대해서는) 구속을 비롯해 가능한 처벌 규정을 최대한 적용, 엄정한 처벌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긴급 출동 또다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 경찰 순찰차와 119구급차량이 연이어 도착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지난달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이 촉발제가 됐다고 평가하며 추가적인 모방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기적으로도, 방법으로도 (신림동 사건 피의자) 조선이 ‘트리거’가 됐다고 본다”며 “살인 예고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는 걸 보면 앞으로도 유사한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도 “칼을 쓴 수법이나 공공장소를 선택한 것도 모방했다고 볼 수 있다”며 “살인 예고 글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즉각적인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특공대 등을 활용해 신고와 함께 즉각적으로 출동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윤호 교수 역시 “과거에는 골목 대로변의 CCTV가 없는 곳에서 범죄가 많이 일어났는데, 지금은 다중이용시설도 범죄에 노출돼 있다”며 “유동인구가 많은 역사 주변 등에 경비와 순찰을 강화해야 하고,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서 가장 위험한 시간과 장소가 언제인지 파악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영·김나현 기자, 성남=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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