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하청업체 대표, 형사처벌 피하려 고소취소장 위조

김지환 기자 2023. 8. 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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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하청 소망ENG
미리 받은 취소장 날짜 조작
노조 “반의사불벌죄 악용”
재판부, 1년6개월 ‘실형’

임금체불로 인한 형사처벌을 피하려고 고소취소장을 위조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사내하청업체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당초 고용노동부·검찰은 사용자의 고소취소장 위조를 파악하지 못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청 노동자들의 거듭된 문제제기로 해당 대표는 3년 만에 처벌을 받았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차선영 판사는 지난 6월13일 건강보험·고용보험료 횡령, 퇴직금 미지급, 증거·사문서위조 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소망ENG 이세종 대표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대표 지시로 고소취소장을 위조한 업체 현장소장·총무는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차 판사는 “이 대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상당한 액수의 보험료를 노동자들로부터 횡령했고, 다수의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했으며,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형사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회사 직원들을 동원해 수십 장의 고소취소장을 위조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20년 5월쯤 자금난으로 업체를 폐업하기로 했다. 당시 노동자 31명의 퇴직금을 줄 수 없자 현장 소장·총무에게 자신의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소위임장을 노동자들로부터 받으라고 했다. 위임장을 받은 현장 소장·총무는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통영지청에 이 대표를 퇴직금 미지급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통영지청이 체불금품확인원을 발급했고 노동자들은 이를 근거로 근로복지공단에 대지급금(옛 체당금)을 신청했다. 대지급금은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일정 범위의 체불임금 등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현장 소장·총무는 고소위임장뿐 아니라 고소취소장도 함께 노동자들로부터 받았다. ‘향후 대지급금 내지 퇴직금이 지급되면 수사기관에 제출할 테니 날짜를 공란으로 한 고소취소장을 미리 작성해달라’고 요구했다. 임금체불은 반의사불벌죄라 노동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사업주는 기소되지 않는다. 이 대표는 그해 7월 대지급금 지급 전인데도 현장 소장에게 고소취소장에 임의로 날짜를 적어 검찰에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현장 소장·총무는 미리 받아둔 고소취소장 45장을 창원지검 통영지청에 제출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조선소 하청업체 폐업 시 사용자들이 체불임금은 대지급금으로 떠넘기고, 체불임금에 대한 처벌도 손쉽게 피할 방법이 ‘셀프 고소-셀프 고소취소’ ”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대지급금 지급 뒤 사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지만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회수율은 25%가량에 불과했다.

하청 노동자 1명은 당시 고소인 조사 과정에서 ‘고소취소장이 무슨 내용인지 정확히 모른 채 낸 것이고, 이 대표의 처벌을 원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노동부·검찰은 나중에 제출된 고소취소장만을 근거로 이 대표를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지회가 문제를 제기하자 재조사 끝에 이 대표가 기소됐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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