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보내라” 자폐 혐오 드러낸 주호민 논란
장애 아들 돌발행동에 “학교폭력”
몰이해로 인한 비난 댓글 이어져
“특수학교에 보내든지, 홈스쿨링을 시키든지. 아니면 외국으로 가세요.”
지난달 28일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주호민 웹툰작가 아들 A군이 서울의 한 초등학교로 전학했다는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다. 육아카페와 주 작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비난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자폐 장애인을 비장애인 학생과 함께 교육하는 것은 학습권 침해라는 것이다. 한 차례 돌발행동을 한 전력이 있는 A군을 일반 학교에 보내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댓글도 여럿 달렸다.
여론이 주 작가에게 돌을 던지는 동안 A군은 온라인상에서 ‘성욕을 참지 못한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어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라는 사실도, 인지·언어 능력이 5세 수준이라는 사실도 지워졌다. A군의 장애는 배려 대상이 아니라 공격해야 할 위험이 됐다. 1년 전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열광했던 시민들이 지금 자폐 아동 격리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폐 장애인들을 교실에서 배제하자는 주장은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A군의 돌발행동을 학교폭력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몰이해로 인한 혐오라고 했다.
분리는 차별이다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면서 <배려의 말들>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등의 책을 쓴 류승연 작가는 2016년 아들 김동환군을 일반 초등학교에 보냈다. 발달장애아 특수학교인 ‘밀알학교’의 교감 선생님이 “동환이에게는 어쩌면 이번이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
“비장애인이 문제 일으키면 격리하자 하나…상생 배울 곳 통합교육 현장뿐”
“비장애인 친구들 반응 보며 소통 방식 배워”
돌발행동을 ‘학교폭력’으로 몰아가는 것도 차별
‘괴롭힌다’는 개념에 대한 인지 있어야 폭력
맥락 이해 없이 행동만 부각 땐
발달장애인들 설 곳 없어
류 작가도 아들을 일반 초등학교에 보내는 것이 민폐가 될까 걱정했다고 한다. 류 작가는 3일 “고민이 됐지만 결국 사회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고, 상생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은 통합교육 현장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통합교육이란 장애를 가진 학생과 일반 학생이 같은 반에서 함께 공부하도록 하는 교육을 말한다. 통합교육은 김군이 사회성을 학습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류 작가는 “아들이 놀자고 툭 치면 비장애인 친구들은 ‘왜 그래, 말로 해’라고 답한다”면서 “그 반응을 보고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소통의 방식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아동만 있는 특수학교에선 아무래도 어려움을 더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자폐 아동이 돌발행동을 했다고 특수학교로 격리하자는 건 차별이라고 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김형수 장애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비장애인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별도의 학급이나 학교에 격리하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며 “장애인을 정신병원에 가두던 1970년대식 발상”이라고 했다. 특수교육법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교실에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자폐 당사자이자 자폐 장애인 자조모임 ‘estas’의 이원무 조정인은 “주호민 작가 논란에 편승해서 자폐 장애인을 격리하자고 하는 건 결국 장애인을 시설에 몰아넣어 사회와 격리하자는 주장과 같다”고 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인을 시설에 수용하는 것은 장애인권리협약 위반이라고 판단했는데, 통합교육 폐지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자폐 아동을 원반(통합교실)에서 함께 가르치는 것이 비장애인의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장애 자녀를 둔 오민웅 변호사는 “원반에서 통합교육을 하면 비장애인 학생들도 장애 인권감수성을 배울 수 있다”며 “만약 따로 교육하게 되면 장애인을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살아갈 방법을 평생 못 배우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장애인, 소수자, 약자들을 차별하는 게 아니라 함께 가자는 게 선진국적 방향”이라고 했다.
돌발행동과 학교폭력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A군의 돌발행동을 ‘학교폭력’으로 몰아가는 것 역시 차별이라고 말한다. 학교폭력이 성립하려면 괴롭히려는 의도가 있거나 최소한 ‘괴롭힌다’는 개념에 대한 인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미애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폐인의 돌발행동은 무엇을 공격해야겠다는 의도에서 나온다기보다는 불안한 감정에서 촉발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명진 발달장애여성연구원 ‘손잡다’ 원장은 “행동과 반응은 다른 개념”이라며 “반응은 반사처럼 일시적으로 나오는 것이고, 반응이 인지적 기능과 합쳐져야 행동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성기를 보여주면서 상대방이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의도가 포함되어야 행동이라 부를 수 있는데, 이런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성폭력이라 부르는 건 위험하다”고 했다.
류 작가의 아들 김동환군도 1학년이던 2016년 수업시간에 바지를 내려 성기를 노출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김군의 사회적 정신연령은 갓 돌을 지난 아기 정도였다. 손을 들고,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싶다고 말하는 건 김군에게 어려운 일이었다. 김군은 말 대신 바지를 내려 의사를 표현했다.
류 작가는 “다행히도 아들이 희롱을 목적으로 성기를 노출한 게 아니라는 것을 반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이해해줬다”면서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행동만을 부각하면 발달장애인들은 설 곳이 없게 된다”고 했다. 김형수 사무국장은 “1~2살 아이가 바지 내렸다고 성적인 행동이라고 하지 않는다”면서 “행동 자체만 볼 게 아니라 맥락을 봐야 한다. 성적인 쾌락을 위해 바지를 내렸는지, 화장실 가고 싶어서 바지를 내렸는지, 관심을 받기 위해 내렸는지 모르지 않느냐”고 했다.
우영우만 가려서 받을 순 없다
자신을 변호할 언어 부족한 장애인 행동
불쾌하거나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우영우만 받아들일 순 없잖아요”
류 작가는 “지금 장애인 혐오를 쏟아내는 사람들이 ‘우영우’에 열광했던 사람들과 같은 이들인지 모르겠다”며 “‘우영우 열풍’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류 작가가 말했다. “현실의 자폐 장애인들은 다 우영우처럼 무해하지 않아요. 불쾌하거나 당황스러운 행동을 할 때가 있죠. 그런데 이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문제가 생겼을 때 비판하기보단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대상이 사회적 약자라면 더 그렇죠. 사회적 약자는 자신을 변호할 언어가 너무 빈약해요. 자폐성 발달장애인도 그렇잖아요. 언어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기 어려우니까. 불편할 수 있지만, 같이 살아가는 사회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우영우만 받아들일 순 없잖아요.”
이홍근·김세훈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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