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 검증위 “LK-99, 공개데이터로는 상온 초전도체 가능성 낮다”

최지원기자 2023. 8. 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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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퀀텀에너지연구소 및 한양대 연구진이 공개한 상온 초전도체 ‘LK-99’다. 초전도체의 특징으로 알려진 공중 부양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현탁 교수 제공
국내 한 연구소가 상온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LK-99’에 대해 국내 연구진들이 3일 “현재 공개된 사전 논문 데이터와 영상으로는 상온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부 해외 연구기관에서 LK-99에 대한 긍정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의 회의적인 반응이 공개되자 상온 초전도체의 진실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반적인 초전도체와 다른 논문 데이터 다수

국내 전문가들은 LK-99 논문에 포함된 데이터가 일반적인 초전도체의 특성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날 최경달 한국초전도저온학회 학회장(한국공학대학교 교수)은 “초전도체의 특성을 판별하는 전기 저항 데이터와 자화율(자석 근처에서 자성을 띠는 정도) 데이터가 일반적인 초전도체와 다르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전기 저항은 임계온도 부근에서 빠르게 0에 가까워지는데, 논문의 데이터에는 온도가 내려가는 것에 비례해 저항이 감소해 금속의 전기 저항 변화와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자화율 역시 일반적인 초전도체는 임계 온도 근처에서 0이 됐다가 그 이상의 온도가 되면 양의 값을 가져야 하는데, 논문 속 LK-99는 계속 음의 값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내의 한 전문가는 “정밀한 장비가 부족해서 데이터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연구진이 공개한 영상에서 LK-99가 자기 부상하는 모습도 초전도체가 아닌 자성체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이 서로를 미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일반적인 초전도체는 자기 부상을 할 때 한 자리에 고정되는 ‘플럭스 피닝’ 효과를 보인다. 초전도체는 물질 내부에 있던 자기장을 외부로 밀어내며 자기 부상을 하는데, 이때 자기장의 세기가 일정 세기 이상이 되면 한 자리에 고정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최 학회장은 “초전도체가 자기 부상을 할 정도면 대부분 플럭스 피닝 효과가 나타난다”며 “영상 속 LK-99는 펜으로 건드리면 계속 흔들리는 모습을 봤을 때 초전도체일 가능성이 적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부정 의견 나오자 주가 크게 떨어져

검증위는 현재 공개된 데이터로는 LK-99가 초전도체일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최종 결론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실험적으로 진위 여부를 밝히려면 합성한 물질이 LK-99와 실제로 유사한지, 데이터를 얻은 실험 장비 및 설계는 신뢰할 만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회는 2일 상온초전도 검증위원회를 구성하고 LK-99를 개발한 퀀텀에너지연구소에 샘플을 요청했지만, 회사는 LK-99 논문에 대한 학술지 게재 심사가 끝나는 2~4주 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학회장은 “그럼에도 입장 표명을 서두른 것은 과도한 해석들로 주식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3일 오후 검증위의 회의적인 반응이 공개된 뒤 관련 테마주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초전도 선재(코일 형태의 철강) 개발업체인 서남은 이날 가격제한폭(29.94%)까지 오른 1만980원에 장을 마쳤으나, 검증위의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 후 시간 외 거래에서 9.93% 급락했다. 초전도체 관련주로 묶인 덕성도 이날 사흘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9690원에 거래를 마친 뒤 시간 외 거래에서 9.91% 급락했다. 모비스 역시 19.40% 오른 4400원에 장을 마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10% 급락했다.

이긍원 고려대 디스플레이·반도체물리학부 교수는 “만약 LK-99가 진짜 초전도체라고 해도 상용화되기까지는 또 다시 100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대단한 발견이지만 상용화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투자 시 주의를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공개된 논문을 보면 섭씨 26.8도에서 LK-99에 흐르는 최대 전류(임계전류)는 약 260mA(밀리암페어)로 상용화가 어려운 수준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박건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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