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노인 폄하’ 뒷북 사과…위원장 사퇴 넘어 해체론도
논란 불거지고 나흘 만…혁신위원장 사퇴 요구는 일축
당 안팎서 비판 목소리 이어져…사실상 동력 상실 평가
‘휴가 중’ 이재명 침묵…일각 “대표로서 입장 정리해야”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자신의 노인 폄하 발언 논란에 대해 뒤늦게 사과했다. ‘남은 수명에 비례한 투표권 행사’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벌어진 지 나흘 만이다. 당 안팎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혁신 의지는 그대로 간다”고 일축했다.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은 상처를 입게 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한 발언으로 어르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앞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더 신중하게 발언할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30일 청년 좌담회에서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청년들과) 똑같이 표결을 하냐”는 아들의 말을 언급하며 “합리적”이라고 했다가 구설에 오른 지 나흘 만이다. 논란 초반에 사과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던 이유에 대해 “제가 어리석었다, 부족했다는 말로 대체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 직후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를 찾아 거듭 고개 숙여 사과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김 위원장에게 “혁신위원장 자리를 내려놓는 게 상책”이라고 했고, 김 위원장은 “그건 다른 문제”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노인회 방문 뒤 “앞으로 이렇게 가벼운 언사를 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혁신위가 혁신 대상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혁신 의지는 그대로 간다”고 선을 그었지만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 사퇴론은 물론 혁신위 해체론까지 터져나왔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개딸들 홍위병 노릇 할 거 아닌 바에야 그냥 지금 깨끗이 여기서 죄송합니다 그러고 혁신위원장 내려놓는 게 민주당을 돕는 길이 아니겠나”라고 했다. 유 전 총장은 또 “혁신위원 중 하나도 ‘전당대회에서 합법적으로 선출된 지도부의 체제를 인정하는 한계 속에서 한다’고 얘기했는데, 그런 혁신위 만들면 뭐하나”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MBC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김 위원장에 대해 “과감히 사과시키고 책임을 물어야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들어가 있는 내부 텔레그램방에서는 김 위원장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텔레그램방 상황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 사퇴에 대해 “분위기는 사실 갈수록 안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혁신위는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혁신위는 이재명 지도부와 궤를 같이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고, 의원들도 ‘불체포특권 포기 각서’ 등 혁신안을 즉각 수용하지 않으면서 이미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혁신위가 혁신 대상이 된 것 같다”며 “혁신위가 당에 부담만 주니 (혁신안이) 나오더라도 공감대를 얻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휴가 중인 이 대표는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을 영입한 이 대표가 김 위원장 사퇴론과 혁신위 해체론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 SNS에서 “혁신위를 향한 비판과 불신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민주당의 혁신과 미래를 위해 책임 있는 당대표로서 정말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김윤나영·윤승민·신주영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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