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초전도체 연금술

김성민 논설위원·디지털기획팀장 2023. 8. 3.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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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은 근대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동시에 연금술사였다. 만물이 물·불·공기·흙 4가지 원소로 구성됐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에 근거해 납의 성질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수학 교수로 일하던 케임브리지 대학 지하실에서 하루 17시간씩 30년 넘게 연금술을 탐구했다. 결혼도 안 했다. 과학 발전으로 ‘원자의 성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개념이 확산해 연금술이 폐기되기까지 2500여 년간 뉴턴 같은 사람들이 꿈의 기술에 대한 집념을 버리지 않았다.

▶한 번 힘을 주면 추가 에너지 공급 없이 영원히 움직이는 ‘무한동력’도 고대 사람들이 꿈꾸던 기술이다. 수백 년간 수많은 사람이 연구했지만 19세기 중반 열역학이 정립되며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났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오랜 기간 무한동력에 대해 연구하고, “불가능한 인류의 망상일 뿐”이라고 결론 내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꿈의 기술, 꿈의 물질 개발이 항상 실패하는 건 아니다. 미래 신소재 중 하나인 그래핀이 대표적이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로만 이뤄진 얇은 막으로, 두께가 원자 1개 크기인 0.2나노미터에 불과하지만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다. 이 존재는 1947년 이론적으로 입증됐지만 갖은 연구에도 만들어지지 못하다가 2004년 의외로 간단한 방법에 의해 모습을 드러냈다. 탄소 뭉치인 연필심에 셀로판테이프를 붙였다가 떼고, 그 테이프를 다른 셀로판테이프에 붙였다가 떼는 방식을 반복해 얇은 그래핀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 연구자들이 꿈의 물질로 불리는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전 세계 과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전기 저항이 아예 없는 초전도체 물질은 그동안 수많은 연구자들이 매달렸지만 영하 200도 이하 극저온이나 초고압 환경에서만 구현됐을 뿐이었다. 실제로 상온 작동 초전도체가 나온다면 손실 없는 전력 공급이 가능해져 전 세계 전력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고, 컴퓨터 성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는 혁명적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연구팀은 납·구리·인 등 구하기 쉬운 물질을 수차례 가공해 초전도체를 만들었다고 했다. 현대판 연금술과 같다. 다만 실제로 상온에서 전기 저항 제로(0)가 구현되는지는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관련 주가가 폭등하고 세계적인 초전도체 열풍에 불을 당겼지만 아직 흥분하기는 이른 것 같다. 인류의 삶을 바꿔 놓을 기술 혁명인지, 제2의 ‘황우석 사태’가 될지 차분히 전 세계 학자들의 검증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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