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잼버리 꿈, 악몽 돼” 분통 터진 국내외 부모들
“이건 잼버리 정신이 아니에요.”
지난 2일 전북 새만금에서 열린 2023 세계잼버리대회 개영식에 참가한 세계스카우트연맹 수석 홍보대사 베어 그릴스(영국·본명 에드워드 마이클 그릴스)의 트위터 게시글에 멕시코 학부모 아르만두 무리엘이 이런 댓글을 달았다. 그는 “내 딸이 그곳에 있는데, 현장은 침수됐고, 제대로 된 샤워시설도 없으며, 텐트는 지지대도 없고, 정기적인 음식 제공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 형편없다”고 했다. 세계적인 탐험가이자 방송인인 베어 그릴스는 개영식에서 “잼버리 정신은 생존하고, 도전적인 날씨도 극복하는 것이다. 선한 마음으로 서로 돕고, 슬기롭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연설한 터였다.
베어 그릴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3일까지도 외국인 참가자 부모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학부모로 추정되는 한 일본 누리꾼은 “한국은 아직 이런 큰 대회를 진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업적을 만들기 위해 축제에 세계 아이들을 희생하고 있다”고 올렸다. 영국에 거주 중인 팻 애슈턴은 “제 손주는 개영식에 정원이 차서 입장을 거절당했다고 한다. 캠핑 장소가 물에 잠겨 캠프 도착도 지연됐다고 한다”며 자신의 손주가 있는 캠프를 살펴봐달라고 당부했다.
행사 공식 페이스북에도 주최 측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댓글이 줄이어 달렸다. 딸을 새만금으로 보냈다는 멕시코 아버지 리카르도 비에스카는 “대체 잼버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며 “딸이 지금 거기 있는데 완전히 무질서하고 먹을 것도 없고, 불볕더위를 피할 방법도 없단다. 제발 무언가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다.
미국 청소년 대원의 어머니 크리스틴 윈두는 “아들의 부대는 도착이 늦어 학교 체육관에서 잼버리 첫날 밤을 보냈다. 캠프장도, 텐트도 없어 이틀째 땅에서 밤을 보냈다”며 “지금은 기분이 좋은 것 같지만 악몽으로 변해가는 아들의 꿈에 가슴이 아프다. 이 혼란에 내 지갑만 큰 대가를 치렀다”고 썼다.
SNS에서는 홍수로 인한 피해가 복구되지 않아 텐트가 물에 잠긴 사진 등이 확산되고 있다. 상한 음식이 제공됐으며, 제대로 된 샤워실과 화장실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는 불만 글도 속출했다. 한 국내 참가자는 “밤새도록 사이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며 “물도 제공되지 않고, 손부채가 하나 제공됐을 뿐”이라고 적었다. 누리꾼들은 “국제적 망신이다” “지금이라도 행사를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주최 측을 비판했다.
중학생 자녀가 야영 중이라는 A씨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나눈 전화 인터뷰에서 “아이가 첫날에 자외선을 많이 받아서 열이 많이 오르고 구토를 하고 오한이 있다고 했다”며 “더위가 가장 힘들고, 두 번째는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사전에 정보가 없고 세 번째는 큰 잡초들, 그다음에 먹을 거, 화장실, 샤워실 이게 다 문제고 너무 힘들다고 했다”고 전했다.
A씨는 개영식에서도 폭염에 지친 아이들이 배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어떤 애들은 탈수로 병원에 갔다오기도 했는데 행사에서 가장 쇼킹했던 건 (그런 아이들에게) 내외빈 입장하는데 모두 일어나달라, 큰 박수 부탁(하는 것을 보고) 진짜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고 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는 “행사 일정을 축소하는 등 긴급 조치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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