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성공시대] "귀농 쉽게 생각 말고 열 번 더 생각하고 하세요"
14년차 귀농인 실패딛고 북촌리서 딸기 농사
귀농은 이민…귀농 정책 장기적인 안목 필요
자연 벗 삼고 건강 챙겨·농업 전망 있는 산업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서 위로받고 제2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에서 지금의 귀농·귀촌인구는 20-30대로 매년 젊어지고 있는 추세다. 직장생활에서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날리고 농촌으로 가서 자연과 벗삼아 건강도 챙기고 정년이 없는 일자리를 선택하는 셈이다.
세종시 귀농 1호 해밀농원 유민식(51·사진) 대표는 귀농한지 14년째다. 지난 2011년 당시 38세 젊은 나이에 부모님 고향이기도 한 북촌리 집성촌으로 귀농해 딸기 농사를 짓고 있다. 유 대표는 서울에 있는 쌍용건설에서 5년, 제약회사에서 10년간 근무하다 퇴직했다.
유 대표는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건강이 좋지 않아 귀농을 선택하게 됐다"며 "정년이 없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한 고민을 계속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세종시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귀촌 교육을 받으며 2011년 3만㎥ 규모의 고추농사를 시작하게 됐다.
고추농사는 농촌의 고령화로 일손 부족 현상과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3년만에 접었다. 이후 선진지 견학과 전문가의 자료를 모아 스크랩하고 공부하며 딸기와 토마토 농사를 하게 됐다.
유 대표는 "귀농요? 개인적으로 귀농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며 "농업을 업으로 해서 돈을 벌고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거라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열 번은 더 생각해 보고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귀농인 장려책을 추진하다 보니 그거 믿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보다 농사가 내 몸에 맞고 적성이 맞아야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농업은 투자하면 회수가 힘들다는 유 대표는 정부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 정책은 귀농인대상 5년 거치 10년 상환 형태로 이자를 1.5%로 적용해준다. 금리로만 보면 괜찮으나 실질적으로는 다 대출"이라며 "5년간은 괜찮고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원금 상환하고 이자까지 합치면 2000만-3000만원이 넘는 돈을 매년 상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못 갚으면 그냥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귀농인 창업 자금과 후계 농업 경영인 자금이 있는데, 이 두 가지를 어떻게 보면 다 탈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질적으로 농협에서는 한 코드로 분류돼 있어서 하나밖에 적용이 안 된다"고도 했다.
귀농을 한 입장에서 바라보면 농업도 대기업처럼 규모화·대형화를 해야 살아남는다고도 했다.
유 대표는 "농업을 규모화하고 어느 정도 키우려면 투자를 계속 해야 하는데 적어도 거치 기간이 20년 정도는 돼야 농촌에 완전 정착하고 농업인들과 융화돼서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자식들도 키우는데 5년은 금방 가는 맹점이 있다. 그러다보니 사실상 빚에 허덕이다가 신용불량 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정리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유 대표는 세종에서는 귀농인으로 14년째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세종에서 묘목하는 후배나 친구들도 귀농으로 살기 힘들어 이직을 했다고 한다.
유 대표는 다시 직장생활 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겨울에 딸기 하고 여름에는 토마토 등 각종 채소들을 심고 했는데 주변 어르신들이 그렇게 하면 5년 있으면 몸이 아프기 시작할 거라고 얘기했는데 5년 후부터 진짜 척추부터 아프기 시작했다"고 했다.
1년 365일을 일하다 보니까 몸이 견뎌내지를 못했다는 유 대표는 여름철 토마토 농사는 접고 겨울철 딸기 농사에만 전념했다.
딸기가 1년 작물이라 절반은 육묘를 하고 절반은 수확하는데 육묘하는 동안은 예초 아르바이트나 직장생활 등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유 대표는 현재 세종농기센터에서 귀농인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있다.
그는 "1년에 한 두 번 요청이 오면 하는데 요즘 귀농인이 없고 제가 겪은 시행착오 부분을 강조하다 보니 싫어하는 것 같다"면서 "경험상 실패담 얘기가 그분들한테 도움이 되는데 말이다"라며 안타까워 했다.
한편 최근에는 귀농인들 창업자금 지원 관련 심사 요청도 있었다는 그는 "작물 관련 사업계획서를 보고 질문을 하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오고 데이터도 없고 분석도 없는 귀농인이면 100% 실패할 확률이 크다 보니 빚쟁이나 신용불량자 만들기 싫어서 탈락시킨다"고 말했다.
귀농을 하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금전적인 문제로 스트레스를 안 받는 건 아니지만 직장생활이 가져다 주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없다고 했다.
유 대표는 "귀농으로 육체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대출기간이 다가오면 머리가 아프지만 내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서 편한 건 사실지만 귀농이 자유로움을 줬다고 보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도 따른다. 신경을 안 쓰면 작물이 망가지는 건 한 순간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유 대표는 귀농 후 휴가 한번 제대로 못 갔다. 농사 걱정에 그동안 제주도 2박3일 가족과 여행을 갔다 온 기억밖에 없단다.
유 대표는 향후 계획에 대해 "세종-청주간 고속도로 구간에 국촌리가 포함돼 있어 계획이 확정되면 2개동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어 딸기농사를 하며 카페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귀농은 '이민'이라고 표현한다. 이민을 가게되면 언어부터 생활습관 등이 다 바뀌는 것처럼 귀농정책도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확실한 신념이 없으면 전업농은 힘들고, 준비없이 귀농하면 결국 빚쟁이가 될 수 있어 농사를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유 대표의 충고가 진솔하면서도 농업은 전망이 있는 산업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세종에서도 전국적인 추세와 맞물려 귀농·귀촌이 늘고 있다. 세종시도 주택 구입 및 농업 창업을 위한 자금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세종시 농업기술센터(농기센터) 등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세종시 귀농·귀촌 인구는 △2016년 5848명 △2017년 5394명 △2018년 4741명에서 △2019년 4668명으로 줄어들었다가 △이듬해인 2020년 다시 5987명 △2021년 6765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 대비 2021년 3년 사이 45%나 급증했다.
2016년 1만4982명이었던 세종시 전체 농가인구도 2021년 1만5348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시가 귀농귀촌을 위해 지원하는 주요 정책은 크게 △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 △신규농업인 대상 교육 △귀농귀촌 영농상담 세 가지다.
농기센터는 우선 '농업 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을 위해 농협 자금을 활용, 대상자의 신용과 담보대출을 저금리로 실행하고 대출금리와 저금리와의 차이를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2차보전사업을 하고 있다.
창업 자금은 3억원, 주택구입 및 증·개축에 대해선 7500만원 한도 내에서 1.5%의 금리로 융자해 준다. 조건은 5년 거치 10년 원금균등분할 상환이다.
대상은 농업 창업의 경우 경종분야와 축산분야 등 영농기반, 농식품 제조, 가공시설 구축 등이다. 주택 구입의 경우 대지 구입을 포함한 주택 구입, 신축, 자기 소유 노후 농가주택을 증·개축시 해당된다.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 자금 융자사업의 경우 2011년부터 작년까지 모두 14명이 혜택을 받았다.
농기센터는 성공적인 농업농촌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신규 농업인을 대상으로 '단계별 영농교육'도 진행한다.
대상은 신규농업인, 귀농귀촌자, 청년농업인 등 기초영농기술교육자다. 이들에게는 일반 작물재배, 토양관리, 귀농귀촌 정책 등을 중심으로 상·하반기 2회 교육(6-8회 총 20시간 이내)을 실시한다.
교육 지원사업은 도시농업전문가 양성과정의 경우 지난해 총 18회(90시간) 진행했고, 신규농업인 과정의 경우 작년 말 기준 4기에 걸쳐 100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귀농귀촌 '영농상담'도 진행한다. 농기센터 누리집과 대면상담을 상시 한다. 주로 귀농귀촌 상담, 영농기술 관련이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온라인과 유선을 통해 65회, 대면 188회 상담을 벌였다.
최근 귀농귀촌의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가 성비 면에서 남성이 9대 1로 여성보다 월등히 많다는 점이다.
농기센터는 남성이 먼저 귀농을 해 기반을 갖춘 후 가족이 이주하는 경우가 많아서 남성이 우선 귀농귀촌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연령은 평균 50세 이상으로 은퇴 이후의 삶을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
농기센터 관계자는 "최근 농업으로 버섯, 딸기, 쌈채소 등 시설재배 작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스마트팜과 관련한 영농기술, 지원 등에서 30-40대 젊은 청년들의 관심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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